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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셀린 송 "기생충이 열어준 길이다"

등록 2024.02.06 1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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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로 오스카 작품·각본 후보

6일 오전 화상 인터뷰로 국내 언론 만나

"영광스러운 시작…아버지 자랑스러워 해"

'넘버3' 송능한 감독 딱 12살 때 이민 가

"한국에만 있는 인연…전 세계 관객 이해"

[인터뷰] 셀린 송 "기생충이 열어준 길이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정말 영광스러운 시작입니다.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어요. 저와 저희 가족 모두 정말 기쁘고 신났습니다."

셀린 송(Celine Song·36) 감독은 전 세계 최대·최고 영화 시상식으로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를 들고 참석하게 된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30대 여성 아시아 감독의 데뷔작이 작품·각본 2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건 올해로 96회째를 맞은 아카데미에서도 이례적이다.

셀린 송 감독을 6일 오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한국 말을 잘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오스카 후보 지명 소감은 물론 영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유창한 한국어로 얘기했다. 그는 "인연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개념"이라며 "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인연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느끼는 걸 보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셀린 송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아버지는 '넘버3'를 만든 송능한 감독. 셀린 송 감독은 12살 때 아버지 송 감독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갔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나왔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런 경험이 가득 담긴 자전적 영화다. 셀린 송 감독처럼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간 여성 '노라'가 어린 시절 첫사랑인 '해성'을 미국 뉴욕에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이 스토리를 인연이라는 개념으로 엮어내며 전 세계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아카데미까지 가게 됐다. 셀린 송 감독은 "우리 모두는 언제나 어딘가에 두고 온 삶이 있다고 본다"며 "우리 인생은 여러 가지 시간을 지나고 있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인터뷰] 셀린 송 "기생충이 열어준 길이다"


'패스트 라이브즈'엔 노라와 해성 그리고 노라의 남편 아서가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바로 '패스트 라이브즈'가 출발한 지점이다. 실제로 셀린 송 감독은 뉴욕에서 어린 시절 첫사랑을 다시 만났고, 영화에서와 똑같이 셀린 송 감독과 그의 남편 그리고 첫사랑이 술을 마시게 됐다. "두 사람은 말이 안 통하니까 제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줬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제가 제 안에 있는 두 가지 스토리, 두 가지 파트, 두 가지 문화를 해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치 바로 그 순간에 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그들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대요. 그래서 이걸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셀린 송 감독은 인연이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겠느냐는 말에 "한 가지라고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2살에 이민을 왔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인연이 정말 맞는 건지 모르겠다"면서도 "지나가는 관계일지라도, 반대로 깊고 특별한 관계일지라도 그건 언제든지 인연이 될 수 있다. 인연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연이라는 말은 한국에만 있지만, 그 생각과 느낌은 전 세계 어떤 사람이라도 알 수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영화 내엔 인연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은 관객에게 인연이라는 개념이 뭔지 설명하는 거죠. 이 영화를 본 어떤 나라 관객도 인연을 이해 못하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셀린 송 감독인 이번 영화로 K-웨이브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봉준호 감독, 배우 윤여정, 최근 에미 시상식을 휩쓴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 등이 셀린 송 감독의 선배라면 선배들이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성공 중 일부를 '기생충' 공으로 돌렸다. "전 세계 관객이 '기생충'을 통해 자막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없앴다고 봐요. '패스트 라이브'엔 한국어 대사가 많은데 관객이 그걸 어떤 어려움 없이 받아들이더라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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