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라인' 日에 뺏길 판…플랫폼 전쟁 한창인데 韓은 거꾸로[사이다IT]

등록 2024.04.28 07:30:00수정 2024.04.30 10:13:1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미국, 틱톡 퇴출법 의결…일본은 네이버에 "라인 손 떼라"

AI 패권 경쟁 속 플랫폼 자국 우선주의 가속화

한국은 토종 플랫폼 규제…"어렵게 사수한 안방 뺏길라"

[도쿄=AP/뉴시스]사진은 야후 재팬과 라인의 통합 전 로고. 라인야후는 지난 10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Z홀딩스의 자회사인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2023.11.28.

[도쿄=AP/뉴시스]사진은 야후 재팬과 라인의 통합 전 로고. 라인야후는 지난 10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Z홀딩스의 자회사인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2023.11.28.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가 간 플랫폼 전쟁이 불이 붙었습니다. 미국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국민앱으로 자리잡자 틱톡을 강제 매각하는 ‘틱톡 퇴출법’이 발효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국민 메신저 ‘라인’을 개발한 네이버에 현지법인 ‘라인야후’ 지분을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중국 빅테크들이 시장을 장악하자 애플과 구글, 메타 등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플랫폼 내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했습니다. EU에 마땅한 자국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외산 빅테크가 시장을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한 것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메신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은 정보 전달을 넘어 여론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치, 사회, 외교, 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이 틱톡에 계정을 만들어 젊은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을 봐도 플랫폼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문제는 외국 플랫폼 기업이 침투할수록 자국의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해외에 있으면 국가 정부에 의한 압류 및 감시가 가능하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미국 정부는 틱톡을 통해 중국 공산당 관련 콘텐츠가 여과 없이 미 청소년에 노출되는 점, 미국 사용자의 성별, 거주지,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중국 정부에 유출될 수 있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일본 역시 작년 11월 해킹으로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문제 삼았습니다. 단, 일본 정부의 속내는 국민 80%가 쓰는 메신저로 자리잡은 라인을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 맡겨둘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도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세계적으로 생성형, 초거대 AI(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데이터 보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AI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 등 데이터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을 뺏긴다는 건 성장동력 자체를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는 것이 곧 AI 주권이자 국가 산업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AI와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자국민 다수가 외국 플랫폼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고, 자국에서 외국산 기업을 배척하려는 '자국 우선주의'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각국 정부가 AI 개발을 주도하는 자국 플랫폼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이유입니다. 또 국가 주권, 안보, 경제 경쟁력 및 사회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정부가 AI 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배포하는 소버린 AI(데이터 주권)를 각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사이버 보안이나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외국 플랫폼의 발전과 시장 침투를 막으려는 흐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빅테크 구글의 공세 속에서도 포털은 네이버와 다음, 메신저는 카카오톡 등 시장을 선점한 자국 플랫폼을 보유한 세계 몇 안되는 국가입니다. AI, 데이터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고지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자국 플랫폼을 옥죄는 방향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경쟁법촉진법(플랫폼법)이 대표적인데요. 우리나라 상황과는 반대인 DMA를 벤치마킹했습니다. 매출 등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기 때문에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 주요 규제 대상이 되고 국내에서 제대로 매출이나 점유율을 확인할 수 없는 구글이나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외산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나라는 자국 플랫폼 육성과 AI 데이터 주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가 토종 플랫폼을 겨냥하는 규제를 밀고 나가는 것은 좀 안타깝습니다. 플랫폼 전쟁 속에서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토종 플랫폼 자생력을 갖추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내 플랫폼 규제에 집중하는 새 이미 시장을 장악 중인 유튜브, 유튜브 뮤직, 인스타그램 등 외산 플랫폼이 나머지 시장까지 장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입니다.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551만 5154명으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 카카오톡(4497만 2002명)보다 54만명 더 많은 수치로 격차가 좁혀지고 있습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인스타그램의 1분기 월평균 실행 횟수는 약 149억3374만회로 2위를 기록했죠.1위는 약 727억108만회 실행된 카카오톡이었습니다. 작년 1분기 4위였던 인스타그램은 1년새 네이버(141억2850만회)를 뛰어넘어 2위로 올라섰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모바일 음원 시장에서 MAU 1위는 유튜브 뮤직(706만1053명)이 차지했고 멜론은 695만7360명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플랫폼을 규제해야겠다면 적어도 해외 기업과 역차별 문제부터 해소해야할 것입니다. 해외 정부의 규제로 몰락한 토종 동영상 플랫폼 '판도라TV' 사태를 재현하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자국 플랫폼 자생력을 키우고, 외산 플랫폼으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