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청소년' 14만명 추정…아이들은 왜 마음의 문 닫나
국내 고립·은둔 청소년(13~18세) 약 14만명 추정
학교폭력, 입시경쟁 등으로 은둔·고립 청소년 증가
청소년기 고립·은둔 문제 청년기로 이어질 수 있어
부모가 지지하고 편이 돼줘야 장기화 막을 수 있어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해 9월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중학교 학생들이 2학기 첫 등교를 하고 있는 모습. 2023.09.08. [email protected]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23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년이 전체 청년인구의 5%에 달하는 54만명으로 추정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고립·은둔이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13~18세 사이 고립·은둔 청소년이 약 14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둔·고립 청소년은 성인이 돼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2023년 보건복지부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1명(25%)은 10대 때부터 고립 생활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고립·은둔 청소년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이달 시작했다. 학교를 그만 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 교육과 학업 지원, 상담 등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전국 4만여개의 편의점과도 연대해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에 나섰다. 오는 5월에는 고립·은둔 청소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첫 전국단위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정부가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청소년기에 문제를 발견하면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는 "청소년기에 문제를 발견하면 청년기 때보다 해결하기가 쉽다"며 "고립·은둔 청소년의 조기 발굴이 중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실태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고립·은둔을 경험하는 청소년은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등 온라인상 집단괴롭힘의 심화 ▲경쟁적인 교육환경 등을 꼽았다. 또 코로나19 이후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증가한 것도 이 문제를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가정환경이나 개인적 기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윤 이사는 "고립·은둔이 청년이 겪는 문제로 알고 있지만, 대부분은 청소년기에 시작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아이들은 대학에 입학한 후 휴학을 하고 은둔생활에 들어가고, 어떤 아이들은 군대 갔다 온 이후, 어떤 아이들은 구직에 실패하면서 은둔의 길로 들어선다"며 "부모들은 이런 문제가 청년기에 갑자기 발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문제가 시작된 시기는 대부분 청소년기"라고 분석했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조기 발굴이 중요한 이유다.
그는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문제로 청소년기부터 고립감 등 어려움을 겪다가 청년기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계기로 사회와 단절하고 숨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폭력이 학교를 넘어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학교폭력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윤 이사는 이런 은둔·고립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는 "왕따나 괴롭힘 등을 당하는 아이들은 버티다 버티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부모들은 이때가 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는데, 문제는 부모들의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끼고, 이 문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패닉에 빠지거나, 아이를 탓하고 심하면 폭력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사회에서 고통을 당한 아이들이 집에서도 대화가 되지 않으니 부모와의 관계도 단절하고 결국 은둔·고립의 길로 들어서는 이유다.
하지만 윤 이사는 이런 문제가 청소년기에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라고 했다. 문제가 청년기에 드러나면 은둔 기간이 장기화하고 부모가 개입해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대응방법에 대해서는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힘들어하면 아이를 탓하지 말고 무조건 아이의 편이 되라"고 조언했다. 또 "힘들다고 하면 그 마음을 보살펴 줘야 한다. '그러니까 왕따 당하지'라는 등 아이를 나무라면 안된다. 어떤 점이 억울한지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경쟁적인 교육환경도 고립·은둔 청소년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공부, 성적 등 성취지향적인 부모와 경쟁적인 사회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며 "이런 스트레스를 견디다가 무너지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그는 "이런 다양한 문제로 고립·은둔의 길로 들어서려는 아이들에게는 공부 등 학업적인 성취를 강조하지 말고, 자기주도적으로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 뿐 아니라 학교도 은둔·고립 청소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이사는 "고립감을 느끼는 아이들은 자주 결석이나 지각을 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학교에 와도 친구가 없으니까 오기가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며 "아이들이 지쳐서 학교를 떠나기 전에 발굴해 문제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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