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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조 시장인데"…간 질환 선봉 제약사도 포기한 '이 약'

등록 2024.10.14 11:35:42수정 2024.10.14 12: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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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유한양행과의 기술 계약 포기

지방간염, 개발 난이도 높아 중단사례도

국내외서 비만약 'GLP-1'으로 임상 활발

[서울=뉴시스] 간염치료제의 세계 리더인 미국 길리어드가 또다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간염치료제의 세계 리더인 미국 길리어드가 또다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비리어드', '소발디' 등 간염치료제의 세계 리더인 미국 길리어드가 또다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지난 2019년 유한양행에서 기술 도입한 MASH 치료 물질에 대해 최근 유한양행에 계약 해지 및 권리 반환을 통보했다.

당시 길리어드는 전임상 단계에 있던 2가지 약물표적 후보물질의 독점 권리를 확보하면서 최대 7억8500만 달러(약 1조600억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길리어드의 반환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술 도입 후 별다른 연구 진척이 없었던 점을 볼 때, 전임상 데이터 등에 대해 크게 가치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019년에도 또다른 MASH 물질 '셀론서팁'의 임상 3상 결과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간염 치료제들과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등을 개발한 길리어드도 지방간염 분야에선 고배를 마시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이 물질의 새로운 적응증을 탐색하거나 MASH 치료제로서 새 파트너사를 물색할 계획이다.

MASH는 그동안 숱한 연구 실패 경험을 딛고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첫 치료제가 나온 영역이다.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MASH 치료제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를 FDA에서 허가받으며 시장이 열렸다.

첫 신약 등장 후에도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LG화학이 중국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임상 1상 단계에 있던 MASH 후보물질 'LG303174'의 개발을 올해 6월 중단했다. 작년에도 LG화학은 스웨덴 기업 스프린트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2019년 기술 도입한 초기 연구단계의 MASH 후보물질을 반환하면서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이외에도 MASH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임상에서 유효성 증명에 실패하며 개발을 멈췄다. MASH는 개발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질환적 특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발병에 미치는 요인이 복잡해 명확한 표적을 잡기 어렵고, 신약 효능을 측정하기 위한 임상 지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이다. 간 내 염증 및 섬유화를 특징으로, 간경화,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 유병률이 2~4%, 미국은 3~5%에 달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은 2026년 253억 달러(약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서 'GLP-1' 주사제로 연구 활발

현재 일라이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디앤디파마텍, 한미약품 등 상당수 제약사는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약물을 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지난 6월 열린 유럽간학회(EASH)에서 미국 일라이 릴리는 MASH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터제파타이드'를 투여한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섬유증이 개선됐다는 내용이다. 터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 이중 작용제로,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젭바운드'의 주성분이다.

이 학회에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도 MASH 환자 2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보두타이드' 임상 2상 결과, 치료 48주차에 환자의 83%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52.3%에서 섬유화 단계가 개선됐다.

국내 기업 중 한미약품은 MASH 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바이오 신약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6월 개발 중인 MASH 치료제 'DD01'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다. DD01은 GLP-1과 글루카곤의 이중 작용제다. 식욕 억제 및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GLP-1 수용체와 지방을 빠르게 분해하는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한다. 전임상 연구에서 지방간 감소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를 통해 MASH 물질 'DA-1241'의 임상 2상 중이다. DA-1241은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 GPR119를 활성화시키는 합성신약으로, 먹는 약물이다. DA-1241과 GLP-1의 병용하는 효과를 알아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DA-1241의 글로벌 2상 결과를 올해 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MASH는 측정하기 어려운 임상 평가지표와 질병 자체의 복합성 때문에 신약 개발이 어려운 분야인 건 맞다"며 "하지만 신약 출시로 시장이 개화해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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