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조폭 리포트③]"아군도 적군도 없다"…돈만 되면 뭐든 가능
【서울=뉴시스】지방청별 관리대상 조직폭력배 현황. 자료=경찰청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폭력 조직이 이른바 '나와바리(관할구역)'를 중심으로 세를 과시하거나 경쟁 조직과 전쟁도 불사하던 시대가 지난 지 오래다.
신흥 조폭은 합법적인 사업가 행세를 하며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든다. 합법을 가장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들은 마각을 드러낸다. 폭력은 물론 협박, 갈취, 권리행사 방해 등 온갖 불법을 자행한다.
이들은 수십 명이 떼 지어 다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5~10명 정도의 소규모 단위로 움직인다. 가급적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다. 돈을 좇아 뭉쳤다 흩어지길 반복한다. 또 상대조직과 협력하거나 이합 집산한다.
신흥 조폭들은 돈 되는 일이라면 경쟁 조직은 물론 그 누구와도 손을 잡는다.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수법을 동원, 수사기관 감시망을 피하는 등 지능화했다.
◇ 경찰 관리대상 '조폭' 전국 214개, 조직원 5270명
경찰이 파악한 전국 조직폭력배는 214개 조직에 조직원은 5270명이다. 실제 비관리 대상 조폭까지 합치면 조폭은 이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이 제공한 '지방청별 관리대상 조직폭력배 현황'에 따르면 특별시 및 광역시 중에서는 서울이 조직 22개, 조직원 5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22개·408명) ▲광주(8개·328명) ▲인천(13개·326명) ▲대구(12개·304명) ▲울산(7개·236명) ▲대전(6개·178명) 순으로 조직원 수가 많았다.
도청 소재지별로는 경기도가 조직 30개, 조직원 77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경남(18개·396명) ▲경북(12개·387명) ▲전북(16개·333명) ▲충남(17개·303명) ▲전남(8개·216명) ▲강원(14개·233명) ▲충북(6개·195명) ▲제주(3개·128명)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폭의 구속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검거된 인원은 ▲2011년 3990명(구속 719명·불구속 3271명) ▲2012년 3688명(구속 649명·불구속 3039명) ▲2013년 2566명(구속 649명·불구속 3039명) ▲2014년 1813명(구속 337명·불구속 1476명) ▲2015년 3160명(구속 591명·불구속 2569명) ▲2016년 10월 2812명(구속 447명·불구속 2365명) 순이다. 검거된 인원 가운데 구속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조폭이 합법으로 가장한 뒤 번듯한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갈수록 지능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또 신흥 조폭들은 막대한 자금으로 법률자문을 받으면서 법망을 교묘히 피하기도한다.
경찰 관계자는 "신흥 조폭들은 떼를 지어 세를 과시하던 전통적인 행태를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 조폭들은 자신들의 영역 내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거나 유흥업소·성매매업소 등을 기반으로 활동했지만, 신흥 조폭들은 지능적으로 합법과 탈법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돈 있으면 두목'…경쟁조직과도 이합집산 가능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경찰청이 지난 1월부터 10개월간 조직폭력배(317개팀·1554명)와 동네조폭(305개팀·1427명) 전담팀을 편성해 집중단속한 결과에 따르면 총 8760명(1만3938건)을 검거됐고 이 가운데 1755명이 구속됐다. 조폭은 2812명(447명 구속), 동네조폭은 5948명(1308명 구속)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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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드러나면 철장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과거처럼 조직원들을 규합하거나 '연장'을 사용하는 충돌은 거의 없다. 될 수 있는 대로 충돌을 피해야 하므로 충돌이 발생하기 전 '윗선'에서 대화로 마무리한다.
최근 신흥 조폭들은 일정한 계보에 따라 활동하던 전통적인 조폭과 달리 돈이 되면 점조직 형태로 연합하기도 한다. 아군도 적군도 없다. 돈만 된다면 누구와도 뭉칠 수 있다. 돈 있는 사람이 '두목'이다.
자금력을 앞세워 지능적으로 합법의 탈을 쓰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사법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흥 조폭들은 사법당국의 단속을 피하고자 5~6명 단위로 합숙생활을 하며 점조직 형태로 활동한다"며 "전국적인 세력을 일구며 유흥업소 관리와 성매매·마약유통 등 각종 영역에서 활동하던 전통 조폭과 달리 신흥 조폭은 적정 규모를 유지하며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속적인 추적과 전문인력 양성이 '철격의 열쇠'
신흥 조폭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반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 사기나 부동산 사기, 스마트폰 밀매 등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범행에 가담하는 조폭들도 늘고 있다. 변화를 꾀하는 조폭들로 인해 일반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영세 상인이나 이웃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이른바 '동네 조폭'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네 조폭들은 재범 빈도가 높다.
경찰청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조직폭력배전담팀을 편성,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총 8760명(1만3938건)을 검거됐다. 이 중 1755명이 구속됐다. 조폭은 2812명(447명 구속), 동네조폭은 5948명(1308명 구속) 등이다.
동네 조폭은 영세 상인 등을 상대로 업무 방해와 폭력 등을 행사하는 경우가 61.8%로 대부분이었다. 이중 전과 11범 이상이 72.3%(4298명)나 됐다.
전문가들은 조폭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단속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단속하면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합법으로 위장한 조폭들을 검거하기 위해서 과거 조폭들을 검거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보여주기 식 일회성 단속으로는 조폭들을 검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흥 조폭들이 교묘해진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내부 정보수집과 자금흐름 추적 등 지속적이고 일관된 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 내에서 순환보직근무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조폭이라는 특수성과 교묘함을 감안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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