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터뷰도 맘 놓고 못하는 감독, 냉정하지만 이것이 현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신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현지시각) 러시아와의 첫번째 평가전에서 2-4 패배, 10일(한국시각) 스위스 빌/비엔느의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1-3으로 완패했다. 2017.10.15. [email protected]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스위스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독일과 러시아를 돌며 외국인 코치 면접과 월드컵 베이스캠프 등을 둘러봤다.
신 감독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 회원들의 대한축구협회의 각성과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영입을 촉구하는 시위가 예정되면서 일정을 수정했다.
축사국 회원들은 '한국 축구는 죽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히딩크 전 감독의 대표팀 감독직 의사를 묵살한 인물로 지목된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퇴진을 외쳤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공항 경찰도 팬들이 구호를 외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더라. 인터뷰 때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예정됐던 출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치듯 공항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오후 2시 축구회관에서 취재진과 마주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부로 향하는 사람들의 소속과 이름을 철저히 확인하며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에 철저히 대비했다.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 취재진 앞에 선 두 사람의 표정이 좋을 리 만무했다.
신 감독은 "(원정 2연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해 맘 편히 오지 못했다. 불상사라고 해야 하나. 이런 사태(팬들의 시위)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분들도 축구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갖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신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된 지난 7월 사령탑에 올랐다. 최종예선 두 경기를 통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헹가래 사건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2-4), 모로코전(1-3) 완패와 때 아닌 히딩크 전 감독 논란으로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 수장이라는 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호곤(왼쪽)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한국축구를 돕겠다는 제안을 묵살한 논란이 일고 있는 김 부회장은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친 뒤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한 베이스캠프 후보지 물색을 이유로 해외 출장,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 지난 13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불참, 신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각) 러시아와의 첫번째 평가전에서 2-4 패배, 10일(한국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1-3으로 완패했다. 2017.10.15. [email protected]
다만 도를 넘어서는 일부 비난에는 수긍하기 어려워했다. 명운이 걸려 조심스럽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최종예선 두 경기와 실험의 의미가 강했던 두 차례 평가전만으로 깎아내리는 것이 억울한 모습이었다. 본선 진출 확정 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히딩크 전 감독 부임설도 여기에 포함된다.
"(최종예선) 두 경기 남겨두고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 할 때 '내 목표는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축구를 버리더라도 월드컵 진출이 목표이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불상사가 나왔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의 그의 심경을 잘 대변해준다.
신 감독은 또 "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 앞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하고 싶다"면서 지금 매를 맞더라도 내년 6월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맘을 다 잡았다.
히딩크 논란의 중심인물로 지목된 김 위원장은 신 감독에 이어 마이크 앞에 앉았다.
그는 "이 일을 갖고 계속 논의한다는 것이 답답하다. 50년 가량 축구 생활을 했는데 거짓말 한 적이 거의 없다. 서로 오해가 생겼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잘 협의가 됐기에 이 문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대표팀이 바닥으로 떨어진 만큼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누가 책임을 지고 그만둘 일은 아니다. 좋은 경기를 하고 월드컵에 진출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두 경기를 남기고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면서 "지금은 아직 할 일이 많다. 월드컵을 잘 치르는 것이 임무다. 만일 내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고 대표팀에 보탬이 안 된다면 당연히 그만두겠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휴일에 축구협회에서 열린 흔치 않은 기자회견은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연신 "믿고 지켜봐달라"며 반등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팬심을 돌리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항에서 인터뷰도 맘 놓고 하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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