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는 정말 관여 안 했나'…준희양 사망 의혹 '무성'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줄 알았던 고준희(5)양이 29일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미라화 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준희양 친부 고모(36)씨와 준희양을 돌봤던 김모(61·여)씨를 준희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유기한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준희양이 지난 4월27일 토사물을 입에 물고 사망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준희양) 친모와 이혼소송 중인데 사망 소식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 유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수천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헬기 같은 중장비까지 동원해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던 준희양은 결국 압박을 견디지 못한 고씨의 자백으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준희양의 죽음 앞에 더 무성해진 의혹을 짚어봤다.

◇준희양 정말 자연사 했을까?

고씨는 준희양이 토사물 때문에 기도가 막혀 자연사 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믿는 사람은 없다.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준희양에게 학대의 흔적이 없지 않다. 지난 2월과 3월 머리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김씨 등의 진술처럼 입에 토사물을 물고 사망했다는 것이 이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도구에 의한 상처를 입었고 그 충격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경찰과 소방인력으로 구성된 수색대가 얼어붙은 아중호수 수면을 깨면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2017.12.18  [email protected]

또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사망하면 119에 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족이 사인을 판단해 유기했다는 것 자체가 범죄 가능성을 높이는 증거다"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29일 준희양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준희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정밀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고씨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해 신병확보를 유지할 계획이다.

◇계모는 가담하지 않았나?

준희양의 사망에 대한 경찰 용의선상에는 피의자 조사를 받는 고씨와 김씨 외에도 준희양의 계모인 이모(35·여)씨가 있다.

아직 피의자 신분은 아니다.

경찰은 임의동행 형태로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진술을 받고 있다.

이씨는 고씨와 동거하던 올해 초 준희양과 함께 살았다.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29일 전북 군산시 내초동 한 야산에서 고준희양의 시신이 발견된 뒤 친부 고모(36)씨가 전주덕진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기 전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email protected]

하지만 준희양과 자신의 친아들(6)이 자주 싸움을 하게 되자 지난 4월 자신의 어머니 김씨에게 준희양을 맡겼다.

준희양은 김씨에게 맡겨진지 1달이 되지 않아 사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거라는 게 경찰 안팎의 의견이다.

이수정 교수는 "준희양이 계모의 아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점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계모가 학대를 저지르고 친부와 계모의 어머니가 이를 감싸주기 위해 개입했을 수 있다"며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비협조적이었던 것도 딸의 잘못을 감춰주기 위한 방어기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 8일 "지난달 18일 준희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허위신고를 한 것이 이씨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기 8개월 뒤 갑작스런 실종신고 '왜'

경찰은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3주 동안 단서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지역에서는 장기미제 사건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고씨 등 가족들의 범죄 전략은 그만큼 치밀했다.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29일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고준희(5)양의 새외할머니 김모(61)씨가 유치장에 입감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이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유기 8개월 뒤 스스로 실종신고를 해 경찰 수사에 노출됐다.

이에 대해 이수정 교수는 "신고를 안 했으면 초등학교 입학 시점까지 지연될 수 있는 사건이다. 본인들은 신고 직전 핸드폰도 바꾸고 사진도 없애며 증거를 다 인멸했다고 생각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친부와 계모 관계도 좋지 않은 상태다. 이혼소송도 걸려 있어 친모가 아이의 행방을 찾을 수도 있었다. 실종신고를 해서 아이가 실종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고씨와 김씨는 준희양을 유기한 뒤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연기를 했다.

고씨는 김씨에게 준희양의 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60만~70만원을 송금했다.

또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를 보러 일찍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연기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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