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사망에도 막가는 워마드·일베…"뒤틀린 인정 욕구"
노회찬 사망 두고 "오늘의 재기" 명명
"아파트 투신자살=회찬하다" 게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햇님'으로 부르며
"햇님은 강하고 노회찬은 심약" 비하
일베엔 "덕분에 노노 브라더스 탄생"
전문가 "인정욕구·냉소주의로 조롱"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2018.07.23. amin2@newsis.com
노 원내대표는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 측으로부터 5000만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아왔다. 노 원내대표가 남긴 유서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적법한 후원절차를 밟지 않은 데 대한 후회와 당원들을 향한 죄책감도 적혀 있었다.
워마드엔 노 원내대표를 '햇님'과 비교하며 노 원내대표를 비꼬는 글들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 햇님은 한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성별 때문에 탄핵당했다고 주장하며 박 전 대통령을 최고의 대통령으로 추어올린다.
한 이용자는 "한남충들이 얼마나 소심하고 심약한 새가슴인지 알겠다"며 "의심받고 추궁만 받으면 다 죽어버린다. 그새를 못 견디고 그냥 개복치 XX듯 팍팍 XX버린다. 의지도 없고 근성도 없고 궁지에 몰리면 목숨을 내던지는 게 버릇"이라고 비꼬았다.
'햇님무죄'라는 문패를 달고 "다음 재기할 XX를 고르시오"란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엔 유명 남성 정치인들의 사진과 이름이 보기로 제시됐다.
또 다른 이용자는 노 원내대표의 사망을 "오늘의 재기"라고 명명했다. 재기는 지난 2013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마포대교 아래로 떨어져 숨진 사건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남성의 자살을 비하할 때 쓰인다.
한 게시자는 "아파트 투신자살=회찬하다"라는 공식을 만들어 게시했다. 해당 글엔 동조댓글이 20개 넘게 달렸다.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도 상식 선을 넘어선 글들이 잇따랐다.
일베의 한 이용자는 '노회찬 XX기념 잔치국수 맛집 모음집'이라는 제목의 글에 서울 근처 10곳의 국수집 목록을 첨부했다. 해당 글에는 노 원내대표가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일을 맞아 잔치국수를 먹는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또 노 원내대표가 출연하던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에서 "우리나라에서의 해고는 옥상에서 떨어지는 충격이다"라고 한 장면을 두고 "뇌물죄로 국회의원 해고당하려니까 바로 옥상에서 떨어져 버렸다. 언행일치"라고 조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을 거론하며 "덕분에 노노 브라더스 탄생"이라고 쓴 이용자도 있다.
노 원내대표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애도의 댓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막말도 포함됐다.
한 이용자는 "누가 너(노 원내대표를 가르키는 말)를 밀었냐"며 "아무튼 이왕 먼저 죽은 김에 영겁의 세월 고생하라. 오늘 너 덕에 많이 웃는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자살 축하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줄을 서서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07.23. photo@newsis.com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워마드와 일베는 우리 사회에서 고립된 집단이며 이에 따른 상실감과 박탈감, 불안함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이 욕구를 유명인을 조롱하며 실시간 검색어 등에 오르는 것,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채운다"라고 봤다.
임 교수는 "이런 행위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이들은 사회 내 존재감을 키웠다는 데 만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워마드와 일베의 놀이문화는 '진지함'을 희화화하는 것"이라며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것 또한 정치적 목적이나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냉소주의적 문화가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이런 냉소주의적 문화는 '이 세상은 썩었고 나만이 진리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들은 사회적으로 가해지는 비판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고 오히려 그 행동을 우습게 본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오전 9시38분께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원내대표는 4장의 유서에서 드루킹 사건 수사와 관련한 심정과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음을 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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