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상황]자영업자 빚, 590조 돌파…반년새 41.5조↑
2분기 자영업자 대출 590.7조…부동산업·베이비부머 주도
부동산 호황에 임대사업자 늘고, 창업 증가한 영향
대내외 충격시 상환 '빨간불'…부실 위험 커질수도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자영업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 규모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2018년 9월)'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549조2000억원)보다 41조5000억원 불어났다. 정부의 갖은 억제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 8%대로 둔화된 반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분기 기준 15.6%로 지난해(14.4%)보다 오히려 가팔라졌다.
1인당 빌린 규모는 3억5000만원 꼴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4년 수준인 3억원보다 5000만원 더 늘어난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명)를 활용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식별해 분석한 수치다. 2분기 이들 차주가 보유한 개인사업자 대출 379조9000억원에 가계대출 218조원을 합한 것이다.
이들 대출이 급격히 불어난 요인으로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됐다. 바로 부동산 시장 호황, 베이비 부머의 은퇴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열기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임대사업자가 늘고,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대출 수요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 대출의 부동산·임대업의 비중은 40.9%로 지난 2014년 비중(38.1%)보다 확대됐다. 여기서 자영업자 대출은 업종 파악이 가능한 대출액 283조2000억원을 대상으로 분석된 결과다. 부동산업 대출은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평균 18.3%씩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임대사업자 등록수는 지난 2014년 10만명에서 올 2분기 33만명으로 급증했다. 임대주택 등록 수도 같은 기간 46만호에서 올 상반기중 116만호로 불어났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규제가 덜 한 개인사업자 대출로 수요가 밀려난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은퇴와 맞물린 베이비 부머 세대의 창업 증가율이 높아진 점도 전체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2014~17년중 자영업자 창업률이 높은 업종일 수록 대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 이상 차주 비중이 지난 2014년 말 20.7%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중 24.2%까지 높아졌다. 40대(29.2%→27.2%)와 50대(40.2%→37.3%) 비중은 각각 낮아졌다.
금융기관별로는 은행이 407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69%를 차지했다. 비은행은 183조원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31%)이긴 했으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22.2%에 달해 은행 증가율(12.9%)보다 상당히 빨랐다. 한은은 "비은행 중 상호금융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비은행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점유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경기 부진, 집값 하락, 금리 상승 등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부실해질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LTI)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189%로 지난 2013년(167%)보다 크게 높아졌다. 특히 부동산업종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는 338%로 높았다.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 규모(DSR)도 지난 2013년터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해 기준 42%에 달했다. 고금리 가계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 규모도 2014년 말 12조원에서 올 2분기 21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레버리지 비율이 지속 상승하는 등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대내외 충격 발생시 과다채무 보유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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