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중산층 임대주택, 잘될 수 있을까?
박원순, 유럽순방 기자간담회서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 공급 제안
과거 공공임대주택·국민임대주택·보금자리주택·시프트·뉴스테이
대부분 결과 별로 좋지 않아…박원순이 불씨 살리기 나서 주목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럽순방길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시공간 개선사업을 총괄하는 광역행정청을 방문해 노후기반시설 활용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8.09.29. (사진=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유럽 순방중인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식당에서 동행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금까지 임대주택을 기초생활수급자를 중심으로 (제공)했었다"며 "중산층에게까지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대신 소득액에 따라서 임대보증금을 훨씬 더 많이 책정하려고 한다"며 "보증금을 상당한 정도로 받아서 그것으로 추가로 공공임대를 더 지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거를 공급해서 부동산 가격도 안정시키면서 공공임대 비율도 높이는 것을 구체적으로 찾아가야 한다"며 "도심에 그럴 땅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국토교통부하고 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중산층 대상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고민하자고 해서 준비하고 있는 게 많이 있는데 중산층 부분은 아직 얘기가 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사실 서울시나 중앙정부가 중산층 대상 공공임대주택을 시도한 적은 있었다.
노태우 정부 때 처음 공급된 이후 공공임대주택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임대주택,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형태를 바꿔 공급되다가 이후 변화를 맞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공급하면서 처음으로 공공임대주택의 문호를 중산층에 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뉴스테이로 중산층 대상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이어갔다.
야심차게 추진된 정책이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장기전세주택은 청년주택 등 박원순표 정책에 밀려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테이사업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동력을 급격히 잃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다시 중산층 대상 공공임대주택의 불씨를 살리겠다고 밝힌 셈이다.
박 시장은 공공임대주택을 전방위로 활성화하기 위해 입주자에 중산층을 포함시키는 이른바 '소셜믹스(social mix)'를 의도했을 수 있다. 소셜믹스란 일반분양 가구와 장기전세 가구, 임대 가구가 모여 있는 주택단지다. 주거공간 차별을 막기 위해 1980년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소셜믹스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간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에는 소득수준이 낮은 취약계층만 입주하다보니 인근 주민이 접근을 꺼리는 일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했었다. 여기에 중산층 물량이 공급되면 공공임대주택의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이번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을 감안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장은 "영구임대주택은 취약계층에게만 공급되니 지역에 낙인이 찍히니까 그걸 섞어서 여러 유형의 임대주택을 통합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공약"이라며 "(박 시장의 말처럼) 중산층도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하는 방식으로 하면 현 정부의 취지와도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주택 수요를 빨아들여 서울 집값 급등을 억제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해석도 있다.
단 박 시장의 구상대로 중산층 대상 공공임대주택이 성공적으로 도입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산층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자칫 보편적복지와 선별적복지를 둘러싼 진영간 논쟁이었던 무상급식처럼 진영간 갈등을 촉발할 소지가 있다. 변 원장은 "임대주택 공급 대상을 취약계층에 한정할지 일반으로 넓힐지는 사실 학계에서도 치열한 논쟁거리"라고 설명했다.
중산층에게 공급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앞서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경우 취약계층과 중산층을 섞지 않고 중산층만을 위한 단지를 별도로 만드는 바람에 취약계층 몫이 줄어드는 동시에 소셜믹스 효과도 보지 못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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