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살인범 중국동포 아니다…'제노포비아' 위험수위
온라인에 '조선족' 기정사실화, 급속도로 확산돼
"정부·언론이 의도적으로 사건 은폐" 비난까지
경찰 "형제 본적지 모두 조회, 한국서 나고 자라"
사회 일각 외국인 혐오 현상 단면…또다른 우려
【서울=뉴시스】'강서 PC방 살인 사건'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일부 댓글 게시자들이 피의자 김모(30)씨와 그의 동생이 중국동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20일 뉴시스 기자에게 "그들은 조선족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21일에도 "형제의 본적지를 조회해본 결과 둘 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쭉 국내에 거주했다"면서 "형제 모두 한국 국적이며 부모도 마찬가지"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피의자 김모(30)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으며 동생(27)은 아버지와 함께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을 다니며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부터 이 사건 피의자가 중국동포라고 주장하는 글이 급속도로 확산돼 관련 기사마다 '조선족' 운운하는 댓글들이 숱하게 등장하고 있다.
경찰은 난데없는 중국동포설이 퍼진 데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며, 더욱이 경찰 측에서 그 같은 얘기가 나간 것은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다.
각종 SNS 상의 글들을 종합하면, 해당 피의자가 PC방에서 평소 말썽을 많이 부려 다른 이용자들이 동영상을 찍을 정도였는데 이들 형제의 게임 아이디가 한자로 돼있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평범한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추정이 더해졌다.
이런 근거없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지며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 문제와 겹쳐 정부와 언론이 의도적으로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까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던 상황이다.
결국 모두 낭설임이 확인됐지만, 우리 사회 일각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의 한 단면을 드려내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앞서 14일 오전 강서구 한 PC방에서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에게 수십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한 언론에서 폐쇄회로(CC)TV 화면 일부를 공개한 뒤 동생이 범행 당시 형이 아닌 피해자의 몸을 붙든 탓에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그러나 동생이 범행에 공모했거나 방조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이 흉기를 꺼내 든 모습을 본 이후엔 동생이 형을 붙잡으며 제지했다는 점 등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꼽혔다.
김씨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대학병원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 오후 4시40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제목의 글은 동의자 수 78만5760명을 기록했다. 앞서 난민들의 무분별한 입국을 정부가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글이 얻었던 역대 최다 동의 수(71만4875명)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9일 김씨에 대한 감정유치 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감정유치는 피의자를 전문 의료시설에 머물게 하면서 전문가가 정신감정을 하는 일종의 강제처분이다. 김씨는 22일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옮겨져 최장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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