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에 실험적 공공주택 8만호 짓는다(종합)
도로 위 공간 등에 주택 지어 유행 선도
상업·준주거지역·역세권 주거비율 높여
빈집 등 슬럼가 공공주택 부지로 활용
공공주택 도입시 정비사업 층수 완화
【서울=뉴시스】서울시가 8만호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26일 발표했다. 획일적인 일괄공급방식을 뛰어넘어 새롭고 실험적인 공공주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 따른 서울시내 공공주택 8만호 공급 세부계획을 제시했다.
8만호 공급은 ▲부지 활용(2만5000호) ▲도심형 주택 공급(3만5000호) ▲저층주거지 활성화(1만6000호) ▲정비사업과 노후 임대단지 활용(4600호) 등 방식으로 이뤄진다.
◇ 기존 부지계획 변경에 유휴부지 활용까지
시울시는 기존 부지 활용계획을 변경해 주택을 공급한다. 버스 차고지, 노후 공공시설, 저이용 공공부지 등 유휴부지를 복합개발해 공공주택을 조성한 뒤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7000㎡, 800호)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만2795㎡, 2200호)에 공공주택 3000호가 공급된다. 중랑·서남 물재생센터 내 유휴부지(3220호)에 주택이 공급된다. 당초 2040년 주택공급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계획을 변경해 공급시기를 앞당겼다고 시는 밝혔다.
【서울=뉴시스】 북부간선도로 주택공급계획. 2018.12.26. (사진= 서울시 제공)
관악구 금천경찰서 이전부지(5480㎡, 130호)에는 신혼부부 특화단지가 들어선다. 관악구 신봉터널 상부 유휴부지(5205㎡, 280호)에는 청년주택이 조성된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창업지원시설 등 맞춤형 시설이 공급된다. 광진구 구의유수지(1만895㎡, 304호)는 작은도서관, 육아시설 등과 함께 개발해 신혼부부 특화단지로 만든다.
서초 염곡 일대(7만2000㎡, 1300호)와 도봉구 창동 유휴부지(1만1640㎡), 수색역세권 유휴부지(34만5800㎡), 강서구 군부대(6만7487㎡)에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된다. 광운대 역세권부지(14만9000㎡), 도봉구 성대 야구장부지(4만8056㎡)는 사전협상을 거쳐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 도로 위 주택, 도심권 직주근접 등 새로운 접근방식
시는 기존 주택공급방식과는 다른 실험을 시도한다. 고속도로와 건물을 복합 건축한 오사카의 게이트타워(Gate Tower), 도로 상부를 활용해 주택을 지은 독일 베를린의 슐랑켄바더 슈트라세 같은 혁신적 건축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다.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도로 상부(2만5000㎡, 1000호) 위에 인공대지가 설치되고 그 위에 주택이 건설된다. 교통섬으로 활용되던 경의선 숲길 끝(4414㎡, 300호) 유휴부지는 다양한 청년사업을 벌이는 공간으로 변한다.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5575㎡, 300호)는 공유워크센터 등 공공행사를 여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시는 직주근접 실현과 도심 활성화를 위해 상업·준주거지역 주거비율 확대와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등을 추진한다.
상업·준주거지역 주거 확대로 공공주택 1만6810호(임대 5752호, 분양 1만1058호)가 공급된다. 시는 상업지역 주거비율을 상향하고(400→600%),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한다(400%→500%). 도심 내 정비사업구역 주거비율도 90%까지 확대한다. 상향분의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으로 1만7600호(임대 5600호, 분양 1만2000호)가 공급된다. 역세권(반경 250m) 내에 위치하면서 일정요건(입지, 면적, 노후도 등) 만족 시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주택공급을 확대한다. 용적률 증가분의 50%는 공공기여로 확보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우선 서울주택도시공사가 7호선 공릉역 주변 등 5개소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대상지를 확대한다.
【서울=뉴시스】 연희동 교통섬 주택공급계획. 2018.12.2.6. (사진= 서울시 제공)
◇ 빈집 등 슬럼가를 공공주택 부지로 활용
시는 저층주거지 활성화를 통해 공공주택 공급을 늘린다. 소규모 정비사업 시 공공주택을 도입하면 층수 완화(7층 이하→최고 15층)로 사업성을 높여준다. 지역 애물단지였던 빈집은 공공주택이나 청년창업공간,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재생한다.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로 2390호를 공급한다. 공공주택 공급 시 층수제한을 완화하고 자금을 보조하며 융자를 확대한다.
기존 다가구·다세대·원룸이 아닌 신축 예정이거나 신축 중인 주택을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9600호를 추가 공급(당초 목표치 1만400호)한다.
시는 2022년까지 방치된 빈집 1000호를 매입한다. 빈집을 청년주택과 생활기반시설로 바꾼 뒤 공공주택 4000호로 공급한다.
시는 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공공기여로 공공주택을 확보한다. 노후 임대단지를 재건축할 때는 서울시가 이번에 제시한 혁신방안을 반영해 추진한다.
불필요한 기반시설 대신 공공주택 공급으로 3700호를 확보한다. 공공주택을 기부채납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된 만큼 관련 시 조례도 개정한다.
노후 임대주택단지 재건축을 통해 일자리와 생활기반이 공존하는 공공주택 단지가 들어선다. 재건축 시기가 다가오는 상계마들단지, 하계5단지 등에 2022년까지 908호를 추가로 공급한다.
【서울=뉴시스】 증산 빗물펌프장 주택공급계획. 2018.12.26. (사진= 서울시 제공)
시는 행정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전담조직을 구성한다.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역세권 청년주택 전담 수권 소위원회를 새로 구성한다. 민간기업이나 기관 등을 위한 전용 상담창구(가칭 주택공급상담팀)도 신설한다.
아울러 시는 주택 부족을 야기한 주요인으로 부동산 투기를 지목하고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촉구했다.
시는 "서울의 주택공급은 2010년 340만호에서 2017년 367만호로 확대됐지만 자가보유율은 2010년 51.3%에서 2017년 48.3%로 오히려 떨어졌다"며 "99대1 불평등 사회의 심화로 서민은 주거비 고통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그러면서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하며 부동산의 보유·개발·처분의 모든 단계에서 투기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먼저 보유단계에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개발단계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 등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제대로 환수해야 하며 처분단계에서는 양도소득세를 철저히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누군가는 고시원에 사는데 누군가는 600채가 넘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사회 정의 관점에서 올바른 것이냐"며 "이제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실패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을 넘어서 주거 기본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와 건물은 사고파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토지공개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은 이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언급한 내용이다.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의 보유와 개발 등 처분의 모든 단계에서 투기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공공주택 공급을 통해 서울 집값 급등을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면 이번 같은 사립유치원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공공성을 갖춘 어린이집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관리 가능하다"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면 전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관해선 "전 세계 도시들을 많이 돌아본 결과 선진 국가일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가장 훌륭한 시설을 짓는다. 임대주택도 그렇고 도서관 등 편의시설도 마찬가지"라며 "서울시가 짓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정말 최고 품질로 짓겠다"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주택부지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선 "맞바꿀 수 없는 가치도 있다. 미래를 생각할때 그린벨트가 바로 그런 것"이라며 "그린벨트는 시민의 삶의 질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한번 개발되면 불가역적이다. 우리 미래를 지키고 시민의 삶의 질을 지킨다면 그린벨트는 지켜줘야 한다"고 해제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은 또 주택정책 결정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주택 정책의 여러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돼야 한다"며 "임대료 산정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서울의 상황과 광주, 대구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이걸 어떻게 정부가 효율적으로 맞춤형으로 할 수 있겠냐. 지방정부에 이런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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