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손혜원 투기 의혹 불거진 목포 구도심 가보니
허름한 건물 수두룩, 공동화현상 뚜렷
창성장 보러 온 시민·관광객 갑론을박
뒤숭숭한 분위기 속 개발 악영향 우려
【목포=뉴시스】신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손 의원 가족·측근이 건물을 사들인 19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일대 모습. 2019.01.19. [email protected]
【목포=뉴시스】신대희 기자 = '투기 의혹' 덕분일까. 전남 목포 '상권이 죽은 동네'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의혹에 따른 갑론을박도 이어지면서 종일 뒤숭숭했다.
지난 19일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시범사업 구역인 대의동 1가 일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곳엔 허름한 건물과 가게들이 빼곡했다.
허물어져 가는 빈 건물, 깨진 기왓장, 뜯어진 대문, 떨어진 페인트, 녹슨 간판, 널브러진 가재도구가 세월의 풍파를 짐작케했다.
이날 오후부터 추적추적 내린 보슬비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 일대 풍경만 놓고 보면 '투기·개발'과는 거리가 먼 동네 같았다. 20여 년간 가속화된 공동화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고층 건물은 옛 초원호텔(초원실버타운) 한 곳뿐이었다. 대의·만호동 전경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으로 향했다.
전기가 끊기고 시설물도 모두 방치된 터라 입구부터 스산했다. 홀로 있던 관리인에게 허락을 받고 옥상(10층)에 오를 땐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건물들 가운데서도 시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다.
【목포=뉴시스】신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19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손 의원 측근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창성장이 북적이고 있다. 2019.01.19. [email protected]
손 의원 조카가 운영하는 '손○○ 갤러리 카페'와 조카·측근 등이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 '창성장 게스트하우스'다. 어둑한 골목 분위기와는 달리 새로 단장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북새통을 이룬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따금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문이 굳게 잠긴 창성장 입구·간판을 사진으로 찍거나 가족·친구·지인들과 함께 구경하던 이들이 많았다.
화두는 단연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이었다.
"문화재를 보존해 동네를 활성화해준다는 것을 어떻게 투기로 볼 수 있느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땅과 건물을 사지 않고도 법안과 정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아니냐"
창성장 앞에선 중년 남성들이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목소리를 높였고, 연인 간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옛 일본 영사관 등 근대 문화유산을 둘러본 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 간에도 갑론을박이 잇따랐다.
관광객들은 대체로 투기 의혹을 제기했지만, 대의동 일대 상인 다수와 목포시민들은 "투기로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 의원 조카의 카페에도 손님과 구경 온 시민들이 몰려 술렁이면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카페 창가엔 '귀한 건물을 보존해주려 한 손 의원을 응원한다'는 등의 메모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 동네 주민·상인들은 논란이 장기화되지 않길 바랐다.
【목포=뉴시스】신대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19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손 의원 측근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창성장 일대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01.19. [email protected]
창성장 인근에서 신문 배달업을 31년째 하고 있는 장주상(69)씨는 "진실공방이 지속되면서 지역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스럽다.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문화재 가치를 살린 구도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엔 올해부터 5년 동안 500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손 의원은 가족·지인의 명의로 문화재 등록 전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건물과 땅을 매입하면서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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