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천 재능기부 받던 관악구, 동물학대 의혹에 난감
관악구, 이병천 교수 재능기부로 관내 중고교생 교육
동물학대 논란 벌어지자 7년째 지속된 사업 중단 위기
【서울=뉴시스】 이병천 교수가 지난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명과학여행 프로그램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2019.04.24. (사진=관악구 제공)
관악구는 2012년부터 관내 서울대에 소속된 이 교수와 중고교생 대상 '생명과학여행' 행사를 열어왔다. 이 행사는 이 교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교수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관악구 관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동물 복제 방법과 역사', '생명 복제 기술의 미래' 등을 소개해왔다. 학생들은 이 교수의 인도를 받아 서울대 동물병원 시설과 수의과대학 무균 실험실을 견학해왔다. 이 교수는 7년동안 학생 2330명을 대상으로 재능기부했다.
관악구는 올해도 생명과학여행을 운영하고 있다. 3월16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이달 6일, 13일, 22일 강의가 이뤄졌다. 다음달 18일과 25일에도 강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 교수는 올 연말까지 11회에 걸쳐 모두 300명을 가르칠 계획이었다.
이 와중에 이 교수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생명과학여행 프로그램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 교수가 복제견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이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구민들 사이에서도 이 교수 관련 사업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허모씨는 17일 구청 누리집(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올린 글에서 "동물보호법도 지키지 않고 불법을 자행한 자가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이 나라의 미래인 중·고등학생들에게 7년 넘게 강의를 해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당장 폐지 조치해 달라. 강의자의 잔혹성과 불법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관악구는 당장 생명과학여행을 중단하지는 않고 있다. 구는 이미 참가 예약을 한 학교와 학생들의 입장, 그리고 서울대와의 우호적 관계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의혹이 불거졌다고 해서 수년째 해온 사업을 일시에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구의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학생들 참가 신청을 다 받아놓은 상태라 학생들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대 역시 생명과학여행 행사를 앞으로 열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는 안 한 상태"라며 "일단은 서울대와 농식품부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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