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청소년 74% 채팅앱 사용…"왜 애들만 비난하나"
채팅앱, 랜덤채팅앱 등 채팅앱 이용 성매매 청소년 74.8%
연령·가출 여부 관계없이 모바일·온라인 기반 성매매 기승
성매매 접근은 용이해진 반면 관련 규제나 처벌조항 미흡
"피해자 관점서 아동·청소년 바라보고 가해자 엄벌" 주장
【서울=뉴시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채팅앱 매개 청소년 성착취 현황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와 연구소, 경찰청, 인권센터 등 각계전문가들이 모여 법·제도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조건 만남을 경험한 청소년 중 74.8%는 휴대폰 채팅앱으로 상대를 만났다. 일대일 채팅이나 화상채팅 등 채팅앱 사용은 37.4%, 불특정 상대방과 채팅 또는 쪽지를 주고받는 랜덤채팅앱 사용은 23.4%였다.
이날 발제를 한 대림대 사회복지과 우수명 교수는 십대여성인권센터의 2018년 사이버 상담 자료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성매매 현황 연구를 소개했다.
우 교수에 의하면 분석대상자 828명 중 성매매를 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10대는 97명으로 11.7%였다. 대답을 하지 않았거나 확인이 되지 않은 결측값이 696명으로 84.1%였다.
우 교수는 "응답을 하지 않은 비율이 높고 분석대상자들이 상담과 지원을 받기 위해 찾아온 내담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11.7%는 매우 높게 나온 수치"라며 "실제로 성매매 경험이 있는 10대는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측했다.
우 교수는 성매매 경험자의 유형에 주목했다. 전체 16세 미만 중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4%, 19세 미만 중 성매매 경험이 있는 사람은 74.2%였다.
가출여부에 따른 성매매 경험을 조사한 결과 성매매 경험이 있는 사람 중 가출을 한 경우는 78.6%, 가출 경험이 없는 사람은 52.4%였다.
연령대별, 가출여부에 관계없이 청소년의 성매매가 이뤄지고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성매매 피해 청소년 치료·재활 사업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참여자 중 집에 거주하던 청소년 비율은 2010년 39.5%에서 2017년 57.2%로 늘었다.
가출청소년 위주로 업소형 성매매가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집에서 모바일 등을 통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성매매 방식을 묻는 질문에 68.4%는 개인형 조건만남을 했다고 답했다. 19.3%는 누군가로부터 연결을 받아 성구매 남성을 만나는 조직형 조건만남이었고 12.3%는 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성매매를 했다. 모두 모바일·인터넷 기반 성매매다.
우 교수는 "단속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채팅앱을 이용한 성매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찰청 자료에 의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채팅앱을 이용한 성매매사범 집중단속을 한 결과 3665건, 1만1414명이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채팅앱들은 대부분 본인인증이나 성인인증절차가 없다. 회원간 대화도 저장이 되지 않고 증거를 남길 때 사용되는 캡쳐도 금지돼있다.
경찰청 김성규 생활질서과 경위는 "관련 법률이 없어서 처리하기가 난감한 상황"이라며 "성인인증과 실명인증 도입을 반드시 하고 싶다. 그러면 매수 수요를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법령 체계가 미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장명선 교수는 "현행법상 채팅앱 자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규제법규는 존재하지 않고 다만 채팅앱 자체에 음란한 정보나 범죄를 조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에 개별법, 특별법에 근거한 규제가 가능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행법에 근거한 규제는 국내개발자가 국내서버에서 앱을 업로드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어서 국외서버로 도피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 교수는 우선 문제가 되는 채팅앱들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법을 개정해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신고제로 운영되는 채팅앱을 등록제로 바꾸고 행정처분을 받으면 동일인 명의로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6년부터 채팅앱 운영자를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해왔던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2014년부터 채팅엡에서 행해진 성매매 정황을 취합했다. 그는 2016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성매매처벌법 위반, 아동복지법 및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을 주장하며 채팅앱 운영자를 고소·고발했으나 관련법과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조 대표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했다며 욕을 먹는데, 플랫폼은 그대로 놔두면서 왜 아이들만 비난하나"고 말했다.
그는 아청법을 개정해 자발·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성매매에 관련된 아동·청소년은 피해자로 분류하고 성매수자에게는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이버 상 성매매 환경을 규제할 수 있는 중장기적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전담기구 설치와 민간영역에서의 모니터링 활동 강화도 제안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올해 총 4회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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