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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평범한 사람들 자발적 행동이 新한반도체제 원동력"

등록 2019.05.07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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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력지 기고…3·1운동, 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 예시

"평화 이루는 것도 결국 평범한 국민들 의지로 시작되고 완성"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03.01.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03.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FAZ)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나라의 광주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 3·1운동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 질서를 변화시키고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기고문 제목은 '평범함의 위대함(부제 : 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이다. 기고문은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광주는 한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도시"라며 "한국인들은 광주에 마음의 부채를 갖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광주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정의로운지 되묻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이 두개의 두 개의 '자각(自覺)'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첫번째 자각은 국가 폭력에 맞선 사람들이 노동자, 농민, 학생 등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고, 두번째 자각은 국가의 폭력 앞에서도 시민들이 엄청난 자제력으로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덕적 승리는 느려 보이지만 진실로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 혹독한 겨울 한파 속에서 이뤄진 한국의 촛불혁명은 '나라다운 나라'란 과연 무엇인가를 물으며 시작됐다"며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엄마와 유모차에 앉은 아이들이 함께,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노동자와 기업인이 함께 광장의 차가운 바닥을 데우며 몇 개월 동안 전국에서 지속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폭력사건 없이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3월 헌법적 가치를 위반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며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1980년 광주가 2017년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지금의 한국 정부는 촛불혁명의 염원으로 탄생한 정부"라며 "나는 한시도 '정의로운 나라, 공정한 나라'를 원하는 국민의 뜻을 잊지 않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공정하게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정의로운 국가의 책임과 보호 아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촛불혁명이 염원하는 나라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3·1운동도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사례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정확히 100년 전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모여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던 사람들이 1919년 3월 1일부터 독립만세운동을 시작했다. 202만 명, 당시 인구의 10%가 참가한 대규모 항쟁이었다. 나무꾼, 기생, 맹인, 광부, 머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앞장섰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의 근현대사는 도전의 역사였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가난을 넘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향해 전진해왔다. 그 역사의 물결을 만든 이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며 "3·1독립운동 이후 100년의 시간 동안 한국인 모두가 저마다의 가슴에 샘 하나씩을 품고 살아왔다. '잘살고 싶지만 혼자만 잘살고 싶지는 않다', '자유롭고 싶지만 혼자만 자유롭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들이 모여 역사의 힘찬 물결이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민주주의가 제도나 국가 운영의 도구가 아니라 내재적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민으로서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찾을 수 있다고 여긴다.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존 듀이의 말처럼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존중되고 보완되며 확장되고 있다"며 "제도적이고 형식적인 완성을 넘어 개인의 삶에서 일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민주주의로 실천되고 있다. 평범함의 힘이고, 평범함이 쌓여 이룬 발전"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신(新) 한반도 체제 구상을 소개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의지로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동양에서는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난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지 못하는 시대다. 영웅은 탄생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불행에 빠지는 시대"라며 "우리가 좋아하는 영웅담에는 항상 스스로의 운명을 빼앗긴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이 감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냄으로써 평화를 불러오고자 했다. 촛불이 평화로 가는 길을 밝히지 않았다면 한국은 아직도 평화를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촛불혁명의 영웅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힘이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동양의 옛말은 '평범한 힘이 난세를 극복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힘은 마지막 남은 '냉전체계'를 무너뜨리고,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것도 결국 평범한 국민들의 의지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게 되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자국이기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동독의 라이프치히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월요일마다 작은 기도회가 열렸다. 이 작은 기도회는 1989년 10월 9일, 선거와 여행의 자유, 독일 통일을 요구하는 평화행진으로 발전했다. 처음 7만 명으로 시작된 평화행진은 불과 2주 만에 30만 명을 넘었다. 한 달 후인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고 소개했다.

또 "유럽의 평범한 시민들이 평화를 만드는 일에 나섰고 적극적으로 각국 정부를 움직였기에 유럽의 질서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유럽 시민들의 의지와 행동은 1952년 유럽연합의 모태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발족시켰고, 1975년 현재 유럽 안보 질서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안보협력회의'를 태동시켰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간 관계에서 포용성은 매우 중요하다. 국경과 분야를 넘어 포용하고, 공정한 기회와 호혜적 협력을 보장할 때 세계는 함께 잘 살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전후 질서의 근간인 자유무역주의와 국제주의가 현저히 약화되면서 다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이기주의가 꿈틀대고 있다. 이런 국제적 위기는 포용과 협력의 정신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각국의 책임과 규범을 강조하는 협력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국내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국가를 바꾸면, 세계질서도 바꿀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국가 운영을 자신의 권리와 책임으로 여기고, 세계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과 연결지어 생각할 때 새로운 세계질서는 만들어질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국경과 인종,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할 때, 세계는 더불어 잘 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가 지금 위기라고 여기는 것들은 평범한 삶이 해결해야 할 것들"이라며 "이것은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한 사람의 위대한 정치인의 혜안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힘든 이웃을 돕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연을 아끼는 행동이 쌓여야 한다. 이 행동들이 한 사람에게 한정될 때,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이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 물줄기가 크게 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고문은 FAZ 출판부가 5월 말 출간하는 기고문집에 실릴 예정이다. FAZ는 약 5년에 한 차례씩 전 세계 주요 정상, 재계 지도자, 종교계 주요 인사들의 기고문을 모아 기고문집을 발간한다.

이전 한국 대통령 중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21세기를 위한 아젠다: 도전으로서의 미래·1998), 김대중 전 대통령(21세기를 위한 아젠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길, 정치와 경제·2000), 노무현 전 대통령(권력자의 말·2007), 이명박 전 대통령(변혁의 시대·2013)이 이 매체에 기고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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