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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성의껏' 해명해야 南 접촉한다는 北…"명분 달라는 뜻"

등록 2019.08.12 16: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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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 南 당국자 맹비난

南이 남북관계-북미 비핵화 협상 연계하는 데 불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제안 관철 못해 南 '의지' 의구심

한미훈련에 첨단무기 반입, 北 입장선 명분 사라져

"북미는 친서외교·판문점 회담으로 협상 동력 유지"

"그러나 남북관계에선 北 호응할 명분 마땅치 않아"

"빈손으론 나갈 수 없으니 노력이라도 보여달라는 것"

통상 北 대남 메시지는 조평통이 담당→외무성으로

기존 대남라인의 무게감 약화된 게 아니냐 분석도

【서울=뉴시스】 지난 6일 노동당 부위원장들이 대거 동행한 가운데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08.07.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6일 노동당 부위원장들이 대거 동행한 가운데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08.07.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이 지난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담화로 청와대와 정경두 국방장관 등 '남조선 당국자'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이 가득한 '공식입장'을 내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가 된다고 하였는데 바로 남조선 당국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담화는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하여 악취가 안 날 것 같은가"라며 한미 연합훈련 '동맹 19-2'의 명칭을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으로 변경한 것을 비꼬았다. 나아가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에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청와대를 향해서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조롱했다. 정 장관에 대해서는 '웃기는 것'이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권 국장 명의의 담화를 낸 것은 지난 6월27일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이다. 당시의 담화는 "조미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며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물론 "조미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하면서 몸값을 올려보려 하는 남조선 당국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라며 "조미대화의 당사자는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적대관계의 발생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당시 담화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번 담화에서 비방 대상은 오직 남측 정부뿐이었다. 오히려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하였는데"라고 우호적으로 평가하며 "남조선당국이 뭐길래 우리의 자위적 무력건설사업에 대해 군사적 긴장격화니, 중단촉구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고 들이받았다.

담화는 그러면서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이러한 대화는 조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군사연습에서의 개념적인 적이 명백히 우리로 되어 있는데 앞으로 이따위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남측 정부에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연계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는 별개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긴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관련 문제를 관철하지 못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남측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의구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한미 연합훈련이 계속되고,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무기가 추가적으로 반입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 요구에 응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11일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2017..08.11. (사진=로동신문)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11일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2017..08.11. (사진=로동신문)[email protected]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관계의 경우 정상 간 친서외교가 계속되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협상에 나설 명분이 유지되고 있고, 나아가 6월30일 판문점 회담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동력을 만들어놓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러나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북한이 호응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라며 "북한도 남측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다만 그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응당한 명분을 달라는 것이고, 그것도 쉽지 않다면 빈손으로는 나갈 수 없으니 다른 쪽으로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상상력보다는 용기, 남북관계로 인해 생길 일정 수준의 한미 간의 불편함 등을 감내할 용기가 없으면 지금 국면을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로 대남 메시지를 발표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통상적으로 북한의 대남 메시지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에서 담당해왔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외무성에서 대미 메시지는 물론 대남 메시지까지 내고 있다.

북한이 대미라인과 대남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남라인의 무게감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편으로는 향후 남북관계가 진전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교착 국면에서 대남라인이 나서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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