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잠잠한 가축 전염병…ASF 역학 규명은 계획 대비 미뤄져
작년 10월부터 농가서 발생X…멧돼지 검출 계속돼 역학조사 발표 지연
농식품부, 집중관리 농가 395곳 최종 점검 자문회의…확산 경계감 여전
[화천=뉴시스] 한윤식 기자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4일 강원 화천군 ASF 긴급방역추진 상황실을 방문해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2020.02.14. [email protected]
ASF를 계기로 시작된 긴급행동지침(SOP)을 뛰어넘는 수준의 강력한 방역 조치가 다른 전염병을 막는 데까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ASF의 경우 야생 멧돼지 발생이 멈추지 않고 있어 역학(질병의 원인에 관한 연구) 조사 결과 발표는 당초 예고했던 시점에서 기약없이 미뤄졌다.
13일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17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던 ASF는 같은해 10월9일 이후 농가에서는 단 한 차례도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건수가 이날 기준 525건에 달한다. 멧돼지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3일이었다. 6개월여 만에 500건이 넘게 불어난 것이다.
당초 방역 당국은 ASF 역학 조사 결과를 규명해 발표하는 데까지 최대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북한으로부터의 유입설(說)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당국은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 중간 단계에서라도 일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했었지만, 최초 발생 후 6개월이 넘게 지난 현시점까지 전혀 규명된 바가 없다.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역학 조사 리포트는 이미 작성이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검출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 조사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ASF 역학 조사 진행 상황과 관련, "농장에 대해선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멧돼지의 동진·남진에 따라 추가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어 영향 분석을 다시 한번 하고 있다"면서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ASF로 사육 돼지를 살처분했던 농가가 다시 돼지를 들일(재입식) 수 있는 시점도 당분간은 미지수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야생 멧돼지에서의 발생이) 어느 정도는 안정이 돼야 재입식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멧돼지에서의 발병이 멈추지 않는 이상 농가 재입식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ASF 바이러스는 멧돼지 폐사체에서 하루걸러 하루 꼴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뉴시스]차단 방역 울타리 너머의 멧돼지. (사진 = 국립생태원 제공)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계절 변화로 농가에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역학 조사 결과를 하루라도 빨리 공개하고 재입식을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정부 쪽에선 발표 자체를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쥐, 파리 등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매개체 활동이 활발해지고, 영농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어 당국은 추가 확산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유럽 내 사육 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건수는 겨울철 대비 봄철에 7배, 여름철에 50배 가까이 증가했던 바 있다. 김 장관은 6300개 양돈 농장에 서한문을 보내 "가축 전염병은 99%가 아무리 잘해도 1% 농가에서 소홀히 한다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며 차단 방역에 더욱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ASF와 함께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가축 질병도 올해 들어서는 전혀 발생한 바 없다.
오연수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가축 전염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방역 대응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ASF로 방역 점검이 한층 센 강도로 이뤄지면서 다른 가축 전염병까지 어부지리로 함께 막아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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