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고유민측 "투명인간 취급"…현대건설 "사실 아냐"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故 고유민 선수 어머니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배구선수 故 고유민 선수 사망 의혹 관련 진실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0.08.20. [email protected]
고인의 어머니인 권모씨 등 유족측은 20일 오전 11시20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는 소송대리인인 '사람과 운동' 대표 박지훈 변호사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박정 의원이 동석했다.
지난 2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돌연 팀을 떠난 고유민은 7월3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은 5월 고유민의 임의탈퇴 처리했다.
고인측은 여러차례 신호를 보냈음에도 구단이 이를 방관해 죽음까지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권씨는 "고유민은 이도희 감독 부임 이후 서서히 무너졌다. 연습에서도 제외됐고, 아프다고 해도 치료를 안 해줬다. 감독이 연습을 안 시킨 날도 있었고, 본인 입으로 이를 소문내고 다녔다. 내가 직접 녹음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 때 옆에 세워두고 '투명 인간' 취급을 했다. 그때 우리 유민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면서 "구단측에 몇 번이나 살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구단도 배구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이도희 감독 부임 1년 뒤부터 (고유민이) 수면제에 의존했다. 구단에 다 보고했는데 묵인했다. 이도희 감독도 알고 있다고 했다"고 말을 이은 고유민의 어머니는 "현대건설이 버거운 상대이지만 끝까지 해볼 것"이라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고유민은 코칭스태프의 의도적 따돌림과 훈련 배제로 괴로워했다. 당시 가족, 동료들과 나눈 SNS 메시지에도 '감독이 나를 투명인가 취급한다', '나랑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면서 "이는 대표적인 선수 죽이기 수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정 더불어민주당 문체위 간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배구선수 故 고유민 선수 사망 의혹 관련 진실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20. [email protected]
박 변호사는 "고유민은 3월30일부터 현대건설 소속 선수가 아닌 자유계약선수 신분이다. 그런데 마치 구단은 소속 선수 취급하면서 기습적으로 임의탈퇴를 공시했다"면서 "한국배구연맹에 문의한 결과 계약 해지 후 임의탈퇴는 있을 수 없다더라. 현대건설은 계약해지 합의서를 쓴 뒤 잔여연봉도 주지 않고, 어떤 팀에서도 뛸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기업 구단의 사기극"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대건설은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경기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의탈퇴 과정을 두고는 "고인의 의사에 따라 상호합의 하에 3월30일 계약을 중단했고 절차에 따라 선수 이탈에 관해 한국배구연맹과 협의했다"면서 "연맹은 고인에게 직접 연락해 계약의 계속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후 FA 절차 종료 이후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를 정식 공시했다"고 했다.
"임의탈퇴 공시 후 배구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6월15일 고인과 미팅을 하며 향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가 확고했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현대건설은 추측만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고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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