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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구타 의한 사망 은폐하고 '병사'…46년 만에 드러난 진실

등록 2020.09.14 18:45:36수정 2020.09.14 1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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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2년간 조사활동 보고

1610건 중 450건 조사 종결…703건 조사 진행

군 수사의 축소·은폐·조작으로 사인 바뀐 사례

[서울=뉴시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인람)는 위원회 출범 2주년을 맞아 9월 14일 오전 10시 포스트타워 14층 회의실에서 '2020 조사활동보고회'를 개최했다. (표/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인람)는 위원회 출범 2주년을 맞아 9월 14일 오전 10시 포스트타워 14층 회의실에서 '2020 조사활동보고회'를 개최했다. (표/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 1974년 숨진 김 일병은 1964년 탈영해 자녀까지 낳고 결혼생활을 하다가 12년이 지난 1974년 헌병대에 체포돼 유치장에 수감됐다. 다음 날 김 일병은 구토 및 전신경련으로 쓰러져 군통합병원에 응급 후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후 뇌출혈에 따른 뇌부종 및 호흡정지로 사망했다.

당시 담당 군의관은 사망진단서에 '외인사'로 기재했으나 군은 이를 무시하고 전사망보고서와 매화장보고서 등에 '병사'로 기재하면서 헌병대 수감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에 따른 두부손상과 급성경막하 출혈 사실을 은폐했다. 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유족이 제기한 구타에 의한 사망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면서 46년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14일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출범 2주년을 맞아 '2020 조사활동보고회'를 열고, 군 수사의 축소, 은폐, 조작으로 사인이 바뀐 주요 사례를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접수된 사건은 1610건 가운데 450건은 조사가 종결됐고, 703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접수 건은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위원회는 조사가 종결된 450건 중 진상규명으로 의결된 223건에 대해서는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등에 순직 재심사, 제도 개선, 사망보상금 지급을 통한 구제 요청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회에서 발표한 주요 진상규명 사건에는 1950~1960년대 군의 기록 실수나 사인 은폐에서 비롯된 억울한 군 사망, 군 초동 수사과정에서 이뤄진 축소와 은폐로 사인이 뒤바뀐 군 사망, 구타 및 가혹 행위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자해 사망, 군 복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급성 정신질환이 발병해 자해한 군 사망 등이 포함됐다.

예컨대 1963년 숨진 황 병장의 경우 군 기록에는 총기 자살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위원회 조사결과 야간 사격훈련장에서 가설병으로 대기 중 오발된 총기에 의해 사고사한 것으로 진상 규명했다.

위원회는 가설병으로 사격장에 장비 외의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금지돼 있고, 부대에서 2시간 거리인 사격장까지 이동해 자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점,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을 둔 가장으로 병장 진급 후 30일간 정기휴가를 보내고 복귀 3일 만에 자해 사망할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억울한 죽음을 밝혀냈다.

군 복무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이 된 정신질환으로 자해 사망하거나 구타 및 가혹행위, 개인이 감내할 수 없는 과중한 업무 등이 원인이 되어 자해 사망한 사건도 드러났다.

지난 2009년 숨진 홍 상병은 입대 시 복무부적합검사에서 정상판정을 받았으나 50일 만에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조현양상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동기를 폭행한 것을 이유로 영창에 10일간 구금돼 정신증이 악화됐고, 결국 구금에서 풀려난 지 9일 만에 자해 사망했다. 위원회 조사결과 정신증 발병의 주된 원인이 구타 및 가혹행위에 따른 트라우마와 2번의 전출, 사망전 전출된 부대의 복무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6·25참전 용사이지만 기록 오기 등으로 전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례, 순직을 결정하고도 유족에게 통지하지 않은 사망사건, 변·병사로 잘못 기록해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사망 사건, '병인사관리규정'상 해당 보직에 부적합한 병사를 배치함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주요 사례도 나왔다.
 
이인람 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군인 신분으로 7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비(非) 순직 군 사망이 3만9000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정된 기한에 유족의 진정 접수를 통해서만 재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위원회에 접수된 사건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비순직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에 대한 차별 없는 예우와 군 복무 중 발생한 사고 또는 질병이 주된 원인이 되어 전역 후 사망한 경우, 군 복무 중 발병한 정신장애로 전역 후에도 적응이 어려운 경우, 순직 처리가 늦어짐에 따라 국가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국가책임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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