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배성연 母 "발달장애지만 절대음감...감동주는 연주자 됐으면"
뷰티플마인드서 연주자로 성장
'발달장애인 최초 서울예고 입학-서울대 진학
"아들 매력은 순수함과 열정..요즘 베토벤에 빠져"
'뮤직 킵스 고잉' 네 번째 주자로 참여 공연
롯데콘서트홀 유튜브 채널 15일 오전 11시 공개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발달장애 2급 피아니스트 배성연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피아니스트 배성연(25). 편견을 딛고 선 위대한 예술가다.발달장애인 최초로 서울예고 입학,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에 진학해 주목받았다.
이미 경진대회 대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전체대상, 전국학생음악경진대회 피아노 대상, 학생음악실기평가대회 대상 등 각종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어머니 강선옥(60)씨의 뒷바라지가 컸다. "성연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능"이라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는 낯설음에 말을 길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무대에서 박수 받을 때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좋다. 많이 좋아"라고 짧게 말하는 배성연의 말을 어머니가 보충했다.
강선옥씨가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 것은 6살 때다.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말도 못 하는 성연이가 '아아아~'하면서 찬양을 따라했는데 음정과 박자가 정확했다"면서 "이후 성연이가 절대음감인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언어적 능력은 떨어지는 발달장애인이지만 음악에 대한 능력과 집중력은 비장애인을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행사 때면 매일 나가 피아노 실력을 뽐냈죠. 피아노 연습을 할 때면 한 번에 2시간씩 끊임없이 연주하곤 했어요."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발달장애 2급 피아니스트 배성연과 어머니 강선옥 씨가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20.08 [email protected]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했던 강선옥씨는 배성연이 피아노를 시작한 6세부터 12세까지 그를 직접 가르쳤다. 6학년이 된 배성연은 그때부터 전문 강사로부터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만나게 된 뷰티플마인드는 그를 더 성숙한 연주자로 성장시켰다. 뷰티플마인드는 발달장애 아동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단체로 2007년 설립됐다.
"당시 만난 선생님이 성연이에게 연주기회를 엄청 많이 줬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장애인 연주자 중에 성연이만큼 뛰어난 아이가 없었죠. 성연이가 인사도 잘 하고 매일 활짝 웃고 다니니 성연이를 보면 힐링이 된다고 많이 이뻐해 주셨어요."
친구들과 선생님의 배려와 사랑 속에 장애인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중학교 생활을 무탈히 마친 그는 발달장애인 최초로 서울예고에 입학했다.
입학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전례가 없었던 만큼 절차는 까다로웠다. 어머니 강선옥씨는 교육청 관계자와 서울예고의 교장·교감 교사를 수차례 만나 설득하고 읍소했다.
"당시 장애 전형이 없었다.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지만 잘할 수 있다고 장학사님께 말씀드렸었다.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도 통화를 여러번 했었다"
배성연은 지난달 15일 롯데문화재단의 아티스트 지원 사업 '뮤직 킵스 고잉'에 네 번째 주자로 참여 공연을 마쳤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발달장애 2급 피아니스트 배성연이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9.14. [email protected]
강선옥씨는 이번 곡 선정과 관련해 "베토벤의 해이기도 하고, 성연이가 잘 치는 프로그램이다. '열정'이라는 공연 테마에 맞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이 들어있다. 일반 피아니스트도 치기 힘든 프로그램"이라며 "대중들이 좋아할 곡도 신경써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강선옥씨는 아들이지만 피아니스트 배성연의 매력에 대해 "순수함과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성연이는 꾸미지 않는 순수함이 있어요. 서울대학교 재학 당시 주희성 교수님을 사사했는데, 교수님께서 성연이에게 '음악이 항상 깔끔하다'는 호평을 해주시곤 했다. 일반 연주자들은 멋을 많이 부리려 하지 않나. 성연이는 그런 게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한동안 모차르트와 바흐에 빠져 있던 배성연은 요즘 베토벤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아들은 악보를 보는 순간 바로 외울 정도의 천재성을 갖췄다"고 했다.
"성연이가 연주하는 곳에는 따뜻함이 있어요.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상황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성연이를 보고 희망을 갖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성연이 같은 애도 열심히 사는데, 일반사람들도(열심히 살아갔으면 좋겠어요)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연주자가 됐으면 더 바랄나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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