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이춘재 증인…하얗게 센 짧은 머리에 차분한 목소리
온라인 상에 알려진 사진과 닮아...빛바랜 수형복 입고 입장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도착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날 재판은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쓰고 ‘8차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의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의 재심 재판으로 이춘재는 이날 피고인이 아닌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오후 1시 37분께 그가 법정으로 들어서자 모든 시선은 그에게로 쏠렸다.
이춘재는 길고 갸름한 눈매에 길쭉한 얼굴형의 하얀피부로 온라인 상에서 알려진 사진과 유사해 알아보기 어렵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설 때의 모습은 흰머리카락이 듬성 듬성 보이는 짧은머리에 하얀 마스크와 빛바랜 파란 수형복을 입고서 법정에 입장했다.
이어 선서를 하고 재판부의 질문에 차분한 분위기로 대답하며, 변호인의 질문에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해나갔다.
지난 1986년 첫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른 지 34년 만에 그의 입으로 직접 그의 범행과 관련 진술을 털어놓는 자리로 그의 한마디와 행동 하나 하나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였다.
법정에는 변호인과 검사 측 요청 인원, 이춘재를 진범으로 밝혀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직원, 취재진 등으로 40여 개의 자리가 꽉 찼다.
중계법정과 연결된 듯한 화면에는 재판부, 증인, 변호인. 검찰의 자리가 보였다.
앞서 지난달 26일 재판부는 이춘재의 언론 사진 및 영상촬영 요청에 대해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고, 질서 유지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다며 촬영을 불허했다.
다만 재판부는 중계법정을 따로 마련해 제한적으로 일반인 방청을 허용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 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 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지난 4월 13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자백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화성과 수원 등지에서 이춘재가 총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그동안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알려져 있던 10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수원과 화성, 청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4건도 이춘재가 저지른 범행으로 경찰에 의해 추가로 밝혀졌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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