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서정진부터 진양곤까지…'反공매도 운동' 발언 재조명

등록 2021.02.02 14:48:4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공매도 잔고 1·2위, 셀트리온·에이치엘비

서정진 "악용당해", "감독감시 기능 약해"

진양곤, 금감원에 조사 요청…"시세조정 측면 있다"

공통점은 `제도 미비'....8년간 금융당국은 뭐 했나

 [서울=뉴시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왼쪽)과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오른쪽)

[서울=뉴시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왼쪽)과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오른쪽)


 [서울=뉴시스] 이승주 김제이 기자 =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필두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운동이 본격화한 가운데, 앞서 공매도 세력에 괴로움을 호소해온 이들 수장들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공매도 제도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약 8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2013년 4월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유럽연합(EU) 승인이 끝나면 제가 가진 셀트리온 및 계열사 주식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주식을 넘길 수밖에 없던 심경을 토로하면서 그 이유로 '공매도'를 지적했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432거래일 중 412일 동안 공매도가 진행됐다. 비율로는 95.4%에 달하는 거의 매일 공매도가 등장했다"며 "하루에 전체 거래량의 20%에서 공매도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끊을 방법은 정부가 비정상적인 공매도를 정지시키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매도 제도의 허점과 금융당국의 문제까지 거론했다. 그는 "악성 루머나 허위사실이 자본시장에서 유포되고 반복 재생산돼 공매도 세력에 악용당하기도 했다"며 "한국은 공매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변칙적으로 운영되는지 감독 감시기능이 약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성공한 사업가여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며 "성공한 내가 왜 나를 버렸을까 생각해달라. 차라리 나를 내려놓는 것이 우리 회사는 물론 우리나라에 경종을 울릴 메시지라고 생각해달라"고 토로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공매도를 피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지난 2018년 2월 이전상장했다. 서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상장을 앞두고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외시장에서 내 별명이 '공매도'일 정도로 공매도 투사가 됐다"며 "이제 공매도와 싸우는 것도 그만합시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협회에서 운행을 시작한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가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 주차돼 있다. 2021.02.01.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협회에서 운행을 시작한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가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 주차돼 있다. 2021.02.01. [email protected]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진양곤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주주간담회가 끝난 뒤 홈페이지에 "공매도로 인한 회사가치 하락에 저희 또한 심각하게 여기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책을 다각도로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가 법으로 규정된 것이라 속수무책이었지만 최근 우리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매도는 법 규정을 교묘히 비껴가며 추가하락을 유도하는 다분히 시세조종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공매도를 가장한 주가조작 행위가 의심되는 외국계 증권사 두 곳을 상대로 금감원에 정식으로 주가조작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11월에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공매도로 경영권을 위협받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 등락 폭이 커지다보니 안정적인 경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주가가 떨어지면 뭔가 안 되는 회사로 평가한다"며 "우리는 열심히하고 성과를 내는데 주가가 떨어지면서 신뢰를 잃게 되니 안정된 경영을 하기 어렵다. 공매도는 그걸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을 인정하지만 세부 규정까지 모두 가져와야 한다. 네이키드숏셀링이나 업틱룰만 준수하게 하고 위반에 대해선 엄벌해야 한다"며 "저는 무차입 공매도도 있을 거라고 직감적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서울=뉴시스]셀트리온 공매도 최근 10일간 정보량 추이.(자료제공=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서울=뉴시스]셀트리온 공매도 최근 10일간 정보량 추이.(자료제공=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공매도 잔고 1위를 기록 중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을 뜻한다.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낮은 가격에 사서 되갚는 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지난달27일 기준 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는 2조1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대비 4.83%에 달하는 수준이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1년 전(2조1881억원과)과 비교해도 줄지 않았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는 3조1383억원으로 시총 대비 6.57%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공매도 제도가 이슈화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공매도가 오는 3월으로 재개 시점이 다가오자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게임스톱'을 둘러싸고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 간 전쟁이 펼쳐지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운동은 힘을 얻게 됐다. 전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의 탈법과 불법,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개선 요구에도 확실한 법 규정의 개정 없이 공매도 재개가 논의되는 데 대해 1000만 동학 개미의 힘을 결집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투연은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대한민국 공매도 금지를 1년 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투연은 1차적으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합과 연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 최소한 8년 전인데 그동안 금융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공매도 반대 운동을 단순한 '군집행위'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왜 이토록 반대하는지를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