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게임 자동조준 핵, 악성 프로그램 아냐"…왜?
핵유포 20대 정보통신망법 혐의 두고 1·2심 판단 갈려
1심 실형→2심 집행유예 "서버에 장애 일으키지 않아"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서바이벌 온라인 슈팅 게임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명 '자동 조준 핵 프로그램'이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정보통신시스템을 위조·훼손하는 악성 프로그램으로 봤으나 2심은 정보통신망법상 악성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진만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7)·B(2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A·B씨에게 각 징역 1년·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B씨는 1심에서 각 징역 1년·1년 3개월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4620여만 원·4790여 만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B씨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되 추징금 규모는 유지했다.
A·B씨는 2017년 3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든어택 게임에 사용되는 악성 프로그램을 60차례에 걸쳐 1220만 원을 받고 팔아 게임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B씨는 또 2017년 7월 8일부터 2018년 4월 29일까지 각각 398·290차례에 걸쳐 배틀그라운드 게임에 쓰이는 악성 프로그램을 4013만 원·4186만 원을 받고 유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들이 누군가에게 구매·유포한 핵 프로그램들은 게임상에서 상대와 무기의 위치를 보여주거나 조준점이 자동으로 적을 따라가는 기능이 담겨 있다.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보다 유리하게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공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심은 핵 프로그램을 게임 운용을 해치는 악성 프로그램으로 보고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정보통신망법상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정보통신망법 48조 2항은 정보통신시스템·데이터·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악성 프로그램으로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핵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돼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된다"며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게임 서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이 사건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해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 또는 어렵게 만들거나,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을 뿐 온라인 게임의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행위가 게임사에 큰 재산상 피해를 주는 만큼, 형사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A·B씨의 범행은 게임사 업무를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이용자의 흥미를 크게 떨어뜨려 게임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게임사에 피해를 야기하는 점, 5000만 원에 육박하는 범죄 수익을 숨기기 위해 대포통장을 이용해 죄질이 나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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