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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방대③]사학비리 폐교만 14곳…수도권 쏠림 부채질

등록 2021.03.04 06:32:00수정 2021.03.16 08: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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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폐교로 직장 잃은 교직원 1000명 육박

18곳 중 8개 학교법인 해산 안해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단순히 학령 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의 탓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설립자의 학교 사유화나 회계 부정, 부실한 학교 운영 등이 적발돼 대학이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신뢰감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대학'의 대명사로 불려온 전북 남원의 사립대 서남대는 이홍하 전 이사장이 2012년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학교 교비 33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8년 폐교했다. 이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광양보건대, 한려대, 신경대의 교비 567억원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리 규모가 모두 1000억원을 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다. 서남대는 폐교 이후에도 366억원의 교직원 임금체불, 의대의 부실한 임상실습, 사학비리 면죄부 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988년 개교한 경주대는 경주대는 2001년 교육부의 대학종합평가에서 우수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경쟁력 있는 대학이었지만 2016년 사학비리가 드러나면서 폐교 위기에 빠졌다. 경주대는 또 2016년부터 5년 연속 정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되면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도 막혔다. 학생 충원이 50~70%밖에 안되는 지방 대학이 많은 상황 속에서도 2010년 신입생 충원율이 103.7%에 달하는 등 전국 최상위권에 들었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25.1%로 급격히 내려갔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서남대와 경주대 사학비리는 지방대 위기의 원인이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수 감소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횡령·유용 등 대학 설립자나 이사장의 심각한 부정·비리로 재정이 악화돼 폐교 수순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전국에서 문을 닫은 대학은 지난달 폐교된 서해대를 합해 18곳으로 모두 지방권 대학이다.

이 가운데 사학비리로 폐교된 대학은 광주예술대·아시아대·명신대·선교청대·건동대·국제문화대학원대·한중대·서남대·성화대·벽성대·동부산대·개혁신학교·한민학교·서해대 등 14개교다. 이들 대학은 설립자의 비리나 대학 부실 운영, 수익용 기본재산 무단처분, 교비 회계 횡령 및 불법사용, 회계부정 등 비리가 폐교 원인이 됐다.
 
또 경북외대·인제대학원대·대구외대·대구미래대 등 4곳은 학생충원 어려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폐교했다. 
 
하지만 대구외대와 대구미래대의 경우 외형상으로는 신입생 충원율 감소 등으로 인한 폐교지만 설립자가 교비횡령 혐의 구속 되는 등 사실상 사학비리로 문을 닫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폐교대학 대부분이 사학비리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대학 폐교에 따른 피해는 학생들과 대학 교직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폐교대학 18개교 중 자료 추출이 가능한 14개 대학의 폐교 전 교직원 수는 975명이다. 확인된 체불임금은 한중대(448억원), 서남대(366억원), 성화대(9억8000만원) 등 약 824억 원에 달한다. 반면 폐교대학 중 청산을 완료한 대학은 경북외대 단 한 곳뿐이다.
학생들 역시 다니던 대학이 폐교될 경우 인근 대학 등에 특별편입학 할 수는 있지만 유사 전공이 없거나 교육과정이 달라 학습권에 상당한 침해를 받는다.  

폐교된 18개 대학 중 8개 학교법인이 해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나 사립학교 설립자·경영자가 교비횡령 등 회계부정을 저지르고도 이를 보전하지 않을 경우 잔여재산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서남대의 잔여재산이 설립자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비판 때문에 만든 일명 '서남대 먹튀 방지법'이지만 법인이 해산하지 않고 대학만 폐쇄할 경우 법 적용을 받지 못해 법인 해산을 오히려 지체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폐교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일로 치부하고 잔여재산 환원만으로 유인하려 했다간 대학은 공공재라는 사회적 합의만 파기한 채 혼란만 불러올 것"이라며 "자진 폐교가 부실 운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사전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수도권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2019년 정부 대학재정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방대 대학당 지원액은 121억원으로, 수도권대(225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연구개발사업에도 지방대는 소외돼 있다. 2019년 대학 연구개발사업 지원액 상위 10개 대학 중 특성화대학인 포항공대를 제외하면 지방대는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3곳 뿐이다. 하지만 전체 연구개발의 10.4%와 7.1%를 차지하는 서울대, 연세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크다. 신입생 미충원 문제가 지방대의 재정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사학비리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지방대 육성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학교 구성원 뿐 아니라 지역 상권의 붕괴, 고학력 실업 양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비화된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방대까지 몰락하면 단순히 상아탑 붕괴를 넘어 국가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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