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살아나는데…꺾인 반도체 생산에 웃지 못하는 韓경제
4월 반도체 생산 지수 전월比 10.9% 감소
작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올해 가장 낮아
정부 "기저로 인한 조정…경기적 요인 아냐"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현대자동차가 반도체 수급 문제로 부분 휴업에 들어간 20일 오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05.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소비심리도 개선세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간 코로나19로 부진했던 대면 업종 위주의 서비스업 생산이 살아나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지표가 꺾인 점은 아쉽다. 우리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생산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반도체 생산 지수는 262.5(계절조정 기준)로 전월 대비 10.9%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0년 4월(-14.7%)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 영향으로 광공업 생산도 1.6% 줄어들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가 맥을 못 추자 전체 생산도 부진했다. 같은 기간 전 산업 생산 지수는 111.4로 1.1% 줄었다.
그간 우리 경제 회복을 이끌어 온 반도체 산업의 생산 지표가 급감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단순히 기저효과로 보기에는 지수 자체가 올해 가장 낮고 지난해 12월(262.3)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경기적 요인에 따른 생산 감소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업체들은 수급 조절 불확실성을 축소하기 위해 분기 단위 계약을 선호한다"며 "분기 마지막 달에 생산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분기 첫 달에는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4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1% 감소했다. 소비(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기획재정부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그간 높은 상승세를 이어온 반도체가 기저 요인으로 일시 조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반도체 생산 지수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4월 반도체 생산 지수는 전년 대비 30.0% 늘었다. 지난 2월과 3월에도 각각 19.9%, 25.5%의 높은 상승 폭을 보인 바 있다.
광공업 생산 이외에 수치는 개선세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했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 지수는 전월 대비 0.4% 늘어난 110.2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전까지는 2020년 1월에 기록한 110.0이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업종별로는 부동산(4.2%), 예술·스포츠·여가(3.2%), 숙박·음식점(3.1%), 도소매(0.6%) 등이 선전했다.
소매 판매액 지수는 120.5로 2.3% 늘었는데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구체적으로 의복 등 준내구재(4.3%), 화장품 등 비내구재(2.4%),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0.7%) 판매가 모두 호조세를 보이면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 투자 지수도 126.2로 3.5% 뛰면서 2018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기계류(3.0%)와 운송장비(5.0%) 부문에서 선전했다.
대부분 주요 지표들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1월을 웃돌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는 전 산업 생산(110.3→111.4), 광공업 생산(108.4→112.8), 서비스업 생산(110.0→110.2), 소매 판매(113.0→120.5), 설비 투자(110.7→126.2) 등이 포함된다.
어 심의관은 "광공업 생산이 조정을 받았지만 서비스업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지금까지의 경기 회복 내지 개선 흐름 이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10일 이후 20일만에 400명대로 들어선 30일 오전 서울역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고 있다. 2021.05.30. [email protected]
마냥 낙관적인 해석만 내놓을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 셋째 주 코로나19 하루 평균 확진자는 608명으로 2주 연속 600명을 웃돌았다. 직전 첫째 주와 둘째 주에는 각각 581명, 623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최근 부각되는 미중 반도체 갈등, 이차전지 경쟁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 회복 흐름을 공고화하고 완전한 경제 회복 달성을 위해 수출·내수 활성화 및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