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원격수업이 웬수?"…'독박' 손주돌봄에 고통겪는 조부모

등록 2021.07.18 05: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손주 수업할땐 쥐 죽은듯 거실에

점심·간식 준비하려면 신경 쓰여

"손주 귀여운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맞벌이부부 정부의 대책 있어야"

[화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경기·인천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왕배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07.12. jtk@newsis.com

[화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경기·인천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왕배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07.12.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사는 이모(67·여)씨는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직장에 다니는 딸이 사는 수원 집을 평일에 오가며 각각 12살, 7살인 손주 2명을 돌봐주고 있다.

큰 손주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학교와 학원을, 여자인 둘째 손주는 어린이집을 다녔다.

딸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이 씨가 시내버스를 타고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손주들의 아침 식사를 챙기고 학교와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다.

큰 손주는 9시 등교에 맞춰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면 간식을 먹고 곧장 영어와 수학학원 2곳을 간다. 주중 하루는 영어와 수학학원이 끝나면 저녁에 축구교실도 갔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둘째 손주는 이 씨가 오전 10시까지 어린이집에 직접 등원을 시켰다.

이후 오후 4시에 둘째 손주가 하원할 때까지 큰 손주가 잠깐 학원을 가기 위해 집에 들르는 때를 빼고 남은 시간은 이 씨가 자유롭게 썼다. 이 사이에 이 씨는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개인 용무를 보면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그런데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전면 원격수업을 도입하거나 등원을 제한하면서 이 씨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예쁜 손주들이지만 직접 가정에서 보살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큰 손주가 작은 방에서 원격수업을 들을 때는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거실에 혼자 앉아있을 때가 많다.
"원격수업이 웬수?"…'독박' 손주돌봄에 고통겪는 조부모

손주가 학교에 갔을 때는 점심시간에 영양교사가 식단을 고려해 배식하는 급식을 먹었지만, 원격수업이 이뤄지면서 점심식사도 집에서 별도로 챙겨야 했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꼴로 장을 보는 등 식단에도 신경 쓰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둘째 손주까지 챙겨 오후에 다시 원격수업이 재개되기 전까지 같이 점심 밥을 먹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모든 수업을 마친 큰 손주가 학원을 가면 이 씨는 그때부터 텔레비전이라도 켜놓고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이 사이에도 둘째 간식을 챙기거나 함께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이 씨는 "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애들을 두 명이나 돌본다는 게 체력도 부족하고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면서 "어린 손주들만 집에 두는 것도 불안하기 때문에 딸 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부가 공개한 원격수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 기준 수도권 유치원·학교 7768개교 중 7142개교(91.9%)가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371개교(4.8%)만이 밀집도를 조정해 등교했으며, 255개교(3.3%)는 방학이다.

이번에 진행하는 원격수업은 지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 격상을 결정하면서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전면 원격수업 시행에 따른 조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