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500% 상향, 재건축 단지마다 모두 적용?
빽빽한 '닭장 아파트' 양산 불 보듯…사생활 침해·교통 문제 예상
용적률 상향 지자체 협조 필수…인프라 한계 넘은 '난개발' 우려
수도권 고밀 개발에 따른 도심 기반시설 확충 등 대책 병행해야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2018.07.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의 대선 과정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최대 관건인 용적률에 따라 재건축 사업의 형태와 사업성이 달라지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대책을 공약했다.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와 민간 재건축 용적률 최대 500%까지 상향,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 등을 통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해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개선되면,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 및 공공 위주의 주택 공급 정책과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시는 아파트 35층 층수 제한 폐지를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와 맞물리면서 민간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부 재건축 단지에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일인 이달 9일 5만131건이던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15일 기준 4만9231건으로 1.8%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매물이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용산구(-7.0%), 종로구(-6.9%), 서대문(-6.7%) 순으로 매물이 줄었다. 또 강남구(-3.1%), 송파구(-3.0%), 서초구(-2.7%) 역시 대선 전과 비교해 매물이 감소했다.
윤 당선인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방향성과 속도 등이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규제 완화를 내세운 만큼 향후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부동산시장에선 모든 재건축 단지에 용적률을 500%까지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용적률이 500%까지 확대되면 사업성은 커질 수 있지만, 그만큼 주거 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00% 용적률을 적용하면 동간 거리가 좁아지고, 일조권·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제 용적률 285%(건폐율 19%)를 적용한 약 1만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용적률 499%(건폐율 23%)를 적용한 경기 수원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분양 당시 이른바 '닭장 아파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수도권 주거지역을 지나치게 고밀 개발하면 주차 문제와 교통, 교육 등 기존 도시 인프라의 수요 한계를 넘어선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통망과 녹지 등 도심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층수만 높였을 경우 자칫 닭장 아파트만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용적률 상향과 고밀 개발에 따른 도심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대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용적률 상향은 지자체와 협조도 필수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도하고 무분별한 난개발을 예방하기 위해 토지 용도지역과 종에 따라 개발 밀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아파트 등 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주거지역'은 1~3종, 준주거로 나뉜다. 1종 일반 주거지역은 100~200%, 2종 주거지역은 100~250%, 3종 주거지역은 100~300%, 일부 상업시설이 허용되는 준주거지역은 200~500% 범위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용적률을 정한다. 각 지차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한 도시계획에 따라 조례를 통해 용적률을 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고밀 개발은 선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 상향은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수도권 지역에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500%로 상향하게 되면 교통 문제를 비롯해 도심 인프라 부족 등으로 난개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용적률 500% 상향을 통한 고밀 개발은 직주근접 소형 주택 수요가 많은 도심지나 준주거지역에 청년, 1인가구 위주로 활용해야 한다"며 "도심을 고밀 개발하더라도 용적률을 높인 만큼 건폐율을 낮추고, 낮춘 건폐율로 확보한 대지는 도로나 공원 용지, 학교, 병원 등 인프라 구축에 활용해 주거의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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