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 사태에도...월급으론 내집·노후 없다" 위험자산에 몰리는 2040
암호화폐 투자자의 82%가 2040세대
루나·테라 사태에도 "멈출 생각 없어"
"위험하지만 큰 수익 기대할 수 있어"
전문가 "불안한 시대…투자 내몰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루나 쇼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2.05.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위험하긴 해도 이만큼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가 없습니다."
한국산 암호화폐(가상자산)인 루나·테라의 가격 폭락으로 국내 투자자 수십만명의 손실이 추정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주요 투자 계층인 2040 세대의 위험자산 투자 선호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급등한 집값과 그에 따른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대부분 20~40대로 보인다. 금융정보분석원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 558만명 가운데 2040이 전체 암호화폐 투자자의 82%를 차지했다. 30대가 174만명(31%)으로 가장 많았고, 40대(148만명, 27%), 20대 이하(134만명, 24%) 순으로 많았다.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있는 젊은 투자자들은 월급만으로는 비싼 집값을 감당하거나 자산을 쌓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암호화폐 투자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국내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루나(LUNA)의 상장폐지를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태블릿에 ‘루나(LUNA)’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은 루나에 대한 거래 지원을 각각 오는 20일, 27일에 종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05.17. [email protected]
암호화폐 투자 경력 2년의 강모(30)씨는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갖고 월급의 일부를 암호화폐에 투자해왔다. 월급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 힘든 게 현실"이라며 "이번 루나·테라 사태를 보면서 역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낙폭이 큰 만큼 동시에 큰 상승폭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부동산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할 기초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에 재직 중인 김모(28)씨도 "취업 직후 월급의 일부를 꾸준히 암호화폐에 투자했지만 이번 폭락장을 맞아 손실이 크다"면서도 "위험해도 월급만 보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겐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볼 가능성이 있는 코인이 희망"이라고 털어놨다.
'코인 단타' 투자 경험이 있다는 조모(27)씨는 "다른 투자와 달리 암호화폐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추천을 받고 뛰어들었다"며 "직접 해보니 주식과 달리 짧은 시간에 40%의 고수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2040세대가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투자에 몰리는 현상의 원인이 '불안한 시대'에 있다고 진단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취직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취직해서 월급을 받아도 집을 사거나 노후를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월급 모아서 집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투자해서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함이 확산된 것"이라며 "집이 없으면 노후 준비는 물론 결혼도 힘들다. 한마디로 불안한 시대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내몰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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