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피땀 묻은 돈인데"…농협 직원 잇단 횡령 도덕적 해이 심각
경기 광주서 40억원대 횡령 등 두 달여간 3차례 발생
내부 통제시스템 강화 등 자정 노력에도 비위 못 막아
고강도 근절대책 내놔야…금융감독 기능 재정비 필요
[세종=뉴시스] 농협중앙회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연이은 금융권 횡령 사건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225만 농업인의 버팀목인 농협에서도 40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졌다.
최근 두 달여 동안 지역농협(제2금융권)에서는 직원이 고객 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3차례나 발생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은 물론 내부 통제시스템도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8일 경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 한 지역농협에서 30대 직원이 회삿돈 4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해당 직원은 자금 출납 업무를 하면서 타인 명의 계좌로 공금을 수십 차례 송금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직원은 횡령한 금액 대부분을 스포츠 토토 복권을 사는데 사용했고 일부는 주식과 코인 투자에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에도 경남 창녕의 한 지역농협 간부급 직원이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돈 9800만원 상당을 횡령했다가 적발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4월에도 경남 진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근무하던 과장급 직원이 2년여에 걸쳐 농민 돈 5800여만원을 횡령한 정황이 있었다.
더욱이 지역농협은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농협중앙회 차원의 감사 절차 없이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시키는 것으로 무마하려다가 농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잇단 횡령 사건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농협중앙회는 임직원들에 의한 금융 사고를 뿌리 뽑기 위해 내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윤리경영 사이버교육과 윤리경영 실천 월별 캠페인 등을 벌이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해 전국 농·축협을 대상으로 불시 시재금 감사를 벌인 결과 추가적인 직원들의 비위 행위가 적발되지는 않았다"면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관용 원칙에 따라 해직 등 강력하게 조치하고, 직원들의 윤리교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횡령의 유형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산 감사 항목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가동했지만 개인의 일탈 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잇단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내부 통제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기관은 신뢰가 생명인 만큼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근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는 만큼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 기능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금융권의 횡령 사건은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 기능의 부재와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금융위는 금융 권역별로 실시 중인 금융회사의 감사 준법 감시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통제워크숍 주기를 단축하고, 제대로 된 금융감독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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