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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건축의 장면'…공간성과 시간성 공유

등록 2024.12.24 11:28:37수정 2024.12.24 14: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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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39일간의 철거기록: 청파동 굴뚝건물>,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31초 *재판매 및 DB 금지

이윤석, <39일간의 철거기록: 청파동 굴뚝건물>,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31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건축의 장면' 전시를 2025년 6월1일까지 개최한다.

영상 매체를 통해 소비 대상으로서의 건축물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로서의 건축에 주목하는 전시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소장 작가인 모스 아키텍츠 (MOS Architects)와  베카 & 르무안 (Bêka & Lemoine)을 비롯한 국내외 건축가 및 아티스트 8명(팀)의 영상과 조각 등 작품 15점을 소개한다. 모스 아키텍츠, 박선민, 박준범, 이윤석, 베카 & 르무안, 홍범, 보비스투 스튜디오, 나나와 펠릭스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 제목 '건축의 장면(Frames of Architecture)'은 건축의 다양한 장면을 포착함으로써 동시대 건축의 다각적인 고찰을 유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건축은 공간예술로, 영상은 시간예술로 분류하지만, 건축과 영상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으며 두 영역 모두 ‘공간성’과 ‘시간성’을 중요한 속성으로 공유한다. 건축에서 시간성은 공간 안에서 이용자의 동선과 경험을 설계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반대로 영상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퀀스의 연결을 통해 기억되는 것들로 하나의 감각적인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카메라의 눈으로 경험하는 공간은 보는 이에게 건축을 새로운 역동성으로 전달한다."
모스 아키텍츠, '로맨스 오브 시스템즈'. 모스 아키텍츠의 '로맨스 오브 시스템즈'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축 영상과 매우 다른 형식을 띤다. 카메라가 건축모형을 수평으로 쭉 따라가는 롱 테이크(long take) 기법으로 제작된 영상은 모형의 미니멀한 형태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창문, 굴뚝 같은 건축 요소를 부각시킨다. 영상에서 두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두 인물이 모두 건축가이고, 이 중 프랭크는 형태(form)를, 앨리스는 기능(function)을 중시하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영상의 마지막은 두 사람의 화합, 즉 로맨스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건축에서 언제나 중요한 키워드였던 ‘형태’와 ‘기능’의 통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영상에서 건축적 형태는 무대이자 배경으로, 모스는 건축물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주변부의 이야기들에 집중한다. 한편 이 영상을 포함한 모스의 엘리멘트 하우스 프로젝트 전체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 아키텍츠, '로맨스 오브 시스템즈'.
모스 아키텍츠의 '로맨스 오브 시스템즈'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축 영상과 매우 다른 형식을 띤다. 카메라가 건축모형을 수평으로 쭉 따라가는 롱 테이크(long take) 기법으로 제작된 영상은 모형의 미니멀한 형태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창문, 굴뚝 같은 건축 요소를 부각시킨다. 영상에서 두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두 인물이 모두 건축가이고, 이 중 프랭크는 형태(form)를, 앨리스는 기능(function)을 중시하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영상의 마지막은 두 사람의 화합, 즉 로맨스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건축에서 언제나 중요한 키워드였던 ‘형태’와 ‘기능’의 통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영상에서 건축적 형태는 무대이자 배경으로, 모스는 건축물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주변부의 이야기들에 집중한다. 한편 이 영상을 포함한 모스의 엘리멘트 하우스 프로젝트 전체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박선민, <버섯의 건축>,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18초. 박선민의 '버섯의 건축'은 작가가 2017년 일 년간 제주 곶자왈의 숲 속 버섯을 촬영한 영상에 국내외 건축가 13명의 내레이션을 결합한 작품이다. 땅을 훑는 듯한 시점에서 버섯을 클로즈업해 천천히 이동하는 카메라는 마치 보는 이가 마치 곤충이 된 듯 미시세계를 거대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영상은 버섯의 구조를 가까이 살펴보면서 매 순간 생동하는 미시세계의 분주함, 예컨대 버섯 위를 기어다니는 개미, 썩어가는 낙엽, 딱따구리 소리, 햇빛과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숲의 습도 등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상과 오버랩되는 건축가의 내레이션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버섯을 건축물에 대한 은유로 상상하게 하는 것을 넘어 생명의 순환구조에 대한 다층적인 사유와 감각을 이끌어낸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박선민, <버섯의 건축>,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18초.
박선민의 '버섯의 건축'은 작가가 2017년 일 년간 제주 곶자왈의 숲 속 버섯을 촬영한 영상에 국내외 건축가 13명의 내레이션을 결합한 작품이다. 땅을 훑는 듯한 시점에서 버섯을 클로즈업해 천천히 이동하는 카메라는 마치 보는 이가 마치 곤충이 된 듯 미시세계를 거대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영상은 버섯의 구조를 가까이 살펴보면서 매 순간 생동하는 미시세계의 분주함, 예컨대 버섯 위를 기어다니는 개미, 썩어가는 낙엽, 딱따구리 소리, 햇빛과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숲의 습도 등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상과 오버랩되는 건축가의 내레이션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버섯을 건축물에 대한 은유로 상상하게 하는 것을 넘어 생명의 순환구조에 대한 다층적인 사유와 감각을 이끌어낸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박준범, <마름모 또는 평행사변형>, 2018-2023, 3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20분. 박준범의 '마름모 또는 평행사변형'은 건물의 신축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높이에서 3년간 기록한 영상을 재구성해 만든 작품이다. 관계자가 아니면 들여다볼 수 없는 공사현장이 한층 한층 쌓여져 올라가는 영상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하는데, 작품의 제목 '마름모 또는 평행사변형'은 높이가 높아질수록 마름모 형태에서 평행사변형으로 변하는 건축물의 단면에서 따온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건물 붕괴 사고 뉴스를 접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를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졌다. 영상이 진행될수록 더해지는 공사 단계의 복잡함과 형태의 견고함을 통해 역설적으로 ‘붕괴’ 혹은 ‘무너짐’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키워나간다. 공사 현장을 제외한 주변을 검은색으로 채움으로써 사실적인 느낌을 덜어내 기록 영상보다는 사진 콜라주나 회화 작업 같은 인상을 준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박준범, <마름모 또는 평행사변형>, 2018-2023, 3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20분.
박준범의 '마름모 또는 평행사변형'은 건물의 신축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높이에서 3년간 기록한 영상을 재구성해 만든 작품이다. 관계자가 아니면 들여다볼 수 없는 공사현장이 한층 한층 쌓여져 올라가는 영상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하는데, 작품의 제목 '마름모 또는 평행사변형'은 높이가 높아질수록 마름모 형태에서 평행사변형으로 변하는 건축물의 단면에서 따온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건물 붕괴 사고 뉴스를 접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를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졌다. 영상이 진행될수록 더해지는 공사 단계의 복잡함과 형태의 견고함을 통해 역설적으로 ‘붕괴’ 혹은 ‘무너짐’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키워나간다. 공사 현장을 제외한 주변을 검은색으로 채움으로써 사실적인 느낌을 덜어내 기록 영상보다는 사진 콜라주나 회화 작업 같은 인상을 준다.  *재판매 및 DB 금지



보비스투 스튜디오, <룬트마할 어라운드>, 2022, 건축적 모션그래픽, 3D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8분 8초. 보비스투 스튜디오의 '룬트마할 어라운드'는 ‘무덤’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세계를 3D 모션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건축으로 보여준다. 룬트마할은 ‘둥글다’는 뜻의 독일어 ‘룬트(rund)’와 타지마할의 ‘마할(mahal)’을 조합해 지어진 제목이다. 영상은 동서양, 시대를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건축적 양식과 환상적인 색감의 조합으로 초현실적인 이 세계(異世界)를 그려낸다. 영상에 등장하는 ‘아치’ 형태는 서양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동시에 한국의 전통 무덤에서 보이는 봉문의 모양을 상징한다. 보비스투의 영상에서 카메라 워크는 실제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시점과 속도로 움직이는데,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가상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보비스투 스튜디오, <룬트마할 어라운드>, 2022, 건축적 모션그래픽, 3D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8분 8초.

보비스투 스튜디오의 '룬트마할 어라운드'는 ‘무덤’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세계를 3D 모션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건축으로 보여준다. 룬트마할은 ‘둥글다’는 뜻의 독일어 ‘룬트(rund)’와 타지마할의 ‘마할(mahal)’을 조합해 지어진 제목이다. 영상은 동서양, 시대를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건축적 양식과 환상적인 색감의 조합으로 초현실적인 이 세계(異世界)를 그려낸다. 영상에 등장하는 ‘아치’ 형태는 서양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동시에 한국의 전통 무덤에서 보이는 봉문의 모양을 상징한다. 보비스투의 영상에서 카메라 워크는 실제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시점과 속도로 움직이는데,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가상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홍범, <순간 #1>, 2024,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홍범의 <순간 #1>은 기억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해온 작가의 작업들을 유기적으로 응집해 제작한 최신작이다. 4채널로 구성된 가로로 긴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회색을 띠고 있으며 화면 안에서 이동하는 불빛은 자연스럽게 관람객 시선이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마치 영상 속의 초현실적인 공간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은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어디에서도 똑같은 형태로 본 적은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억의 공간들은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에서 유영하듯 이리저리 움직인다. ‘공간은 기억의 저장소’라고 말하는 홍범은 지금까지 작가의 개인적 기억 속에 파편들로 남은 공간을 재료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해왔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특정한 시간성이나 구체적인 장소성은 지워내고, 시공간을 하나로 통합해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식의 저편에 자리한 내면의 심리적 공간을 보여준다. *재판매 및 DB 금지

홍범, <순간 #1>, 2024,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홍범의 <순간 #1>은 기억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해온 작가의 작업들을 유기적으로 응집해 제작한 최신작이다. 4채널로 구성된 가로로 긴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회색을 띠고 있으며 화면 안에서 이동하는 불빛은 자연스럽게 관람객 시선이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마치 영상 속의 초현실적인 공간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은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어디에서도 똑같은 형태로 본 적은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억의 공간들은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에서 유영하듯 이리저리 움직인다. ‘공간은 기억의 저장소’라고 말하는 홍범은 지금까지 작가의 개인적 기억 속에 파편들로 남은 공간을 재료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해왔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특정한 시간성이나 구체적인 장소성은 지워내고, 시공간을 하나로 통합해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식의 저편에 자리한 내면의 심리적 공간을 보여준다.  *재판매 및 DB 금지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건축을 건축물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사유의 틀로 보고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을 공유하는 '건축의 장면'전시가 동시대 건축에 대한 이해의 확장을 꾀하고 나아가 관람객들에게 건축적 상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4년 전시 의제인 ‘건축’과 관련해 개최하는 마지막 전시로, 앞서 ‘건축’ 의제를 다루는 전시 3개(시공時空 시나리오, 길드는 서로들,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가 순차적으로 개최된 바 있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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