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에 매수세 위축"…집값 대세 하락에 진입하나
기준금리 0.50%p 인상 '빅스텝'…주택 매수심리 위축
주택 매수세 감소→거래량 감소→집값 하락 본격화
추가 금리 인상 불확실성 증가…관망세 지속될 전망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을 밟으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연내 금리가 3.0%까지도 갈 전망이라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집값 하락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2.07.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물가 급등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대출 규제 강화, 잇단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빅스텝까지 더해져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금리 인상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여름철 거래가 뜸한 비수기인 데다가 집값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아직 대세 하락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의 1.75%에서 2.25%로 올렸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지난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또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4·5·7월)으로 올린 것 역시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7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하락했다. 전주(-0,03%) 대비 하락 폭이 확대됐다.
강북 14개구는 0.06% 하락했다. 노원구(-0.10%)는 상계동 대단지 위주로, 도봉구(-0.10%)는 쌍문·방학동 구축 위주로, 강북구(-0.09%)는 미아뉴타운 위주로, 은평구(-0.07%)는 진관동 등에서 입주물량 영향으로 매물 누적이 지속되며 하락하는 등 내림세가 확대됐다.
서초구(0.03%)는 반포동 재건축이나 신축 위주로 상승하며 서울 내 유일하게 상승했지만, 송파구(-0.03%)는 잠실·신천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남구(-0.01%)는 개포·수서동 위주로 매물 적체되고 매수세가 감소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초구 등 일부지역에서 고가 거래가 발생했으나, 기준금리 빅스텝 인상이 우려됨에 따라 매물 적체가 지속되고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서울 전체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주택 거래는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907건(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같은 달(3943건)에 비해 턱없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거래절벽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1087건 ▲2월 814건 ▲3월 1434건 ▲4월 1751건 ▲5월 1738건 ▲6월 907건 ▲7월 61건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 고점 인식 확산한 상황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량 감소가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대세 하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올 하반기 서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6184가구로, 상반기(1만1296가구)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의 입주 물량은 1만5332가구, 하반기 1만3564가구가 공급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을 비롯한 집값 하방 요인들이 겹치면서 집값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대출 규제 강화,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 집값 하방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다"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하반기 집값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거래절벽 상황에서 일부 급매물 거래 만으로 대세 하락으로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며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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