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X" 우산으로 이은해 때린 시어머니…계곡살인 재판
5차 공판
피해자 윤씨 '수영가능' 여부, 수상레저업체 사장 증인신문
[인천=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04.19.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계곡 살인사건'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의 어머니가 11일 법정에서 전 며느리 이은해(31)씨의 왼쪽 어깨를 우산으로 때리며 "이 나쁜 X"이라고 외쳤다.
재판이 끝난 뒤 퇴정하려다가 갑자기 우산에 맞은 이씨는 굳은 표정으로 3초가량 윤씨의 어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후 이씨는 교도관들을 따라 법정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법정에 남은 윤씨의 어머니는 "때리면 안 된다"는 경위의 제지에 "왜 때리면 안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씨와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30)씨의 5차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계곡살인을 저지르기 1~2개월 전 피해자 윤씨를 데리고 자주 방문한 경기 가평균 '빠지'(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장소) 업체 사장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A씨는 "이씨와 조씨가 2019년 5월부터 6월까지 총 9차례 방문했다"면서 "이 중 피해자 윤씨와 함께 온 건 6~7번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물을 아주 겁냈고 물에 들어가면 경직돼 굳어버려 허우적대지도 못했다"며 "수영강사 경험이 있던 직원 또한 윤씨는 '수영이 아예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윤씨는 처음에 웨이크보드를 타기 싫어했다"면서 "이은해가 윤씨에게 '안 탈거면 여기 왜 따라왔느냐'고 짜증과 화를 내자 약 20분 후 윤씨가 웨이크보드를 탔다"고 했다.
또 "초급자들은 봉을 잡고 웨이크보드를 타는데 윤씨가 타던 중 손에서 봉을 놓쳐 물에 빠졌다"면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윤씨가 얼굴을 물에 전부 파묻고 엎드린 채로 경직돼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는 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조현수씨는 A씨에게 계속해서 "윤씨가 탈 만한 '빡센' 놀이기구가 없느냐"고 묻거나 "(놀이기구를 타다) 죽어도 좋으니 윤씨를 세게 태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물을 무서워하는 윤씨에게 "형님 쪽 팔리게 뭐하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인 반대신문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A씨에게 "윤씨가 웨이크보드를 처음 탄 날이었고 보드를 착용한 채 물에 빠졌기 때문에 엎드려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직원이 윤씨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기 때문에 경직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물었다.
A씨는 "웨이크보드를 처음 타면 물에 빠진 채 몸을 돌리기 힘들지만, 100명 중 몸이 엄청 뚱뚱하거나 운동신경이 전혀 없는 1~2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몸을 가눈다"면서 "윤씨의 경우 '운동신경이 전혀 없는 경우'로 보였다"고 답했다.
또 "윤씨가 물에 빠졌을 때 직원은 위험하니까 윤씨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것"이라며 "얼굴이 물에 완전히 잠긴 채 숨을 못 쉬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계곡살인 약 7개월 전인 2018년 12월18일 윤씨가 이씨와 함께 베트남 나트랑으로 휴가 가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윤씨는 수영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속 윤씨는 수영장에서 물안경을 쓴 채 머리가 젖어있거나, 바다에서 패러세일링 기구를 탄 뒤 수면 위로 들어 올려지는 모습이다.
그러자 A씨는 "사진 속 수영장은 수심이 가슴 깊이 정도로 보인다"면서 "윤씨는 빠지에서도 뭍과 가까운 곳에 있는 미끄럼틀처럼 안전이 담보된 시설은 좋아했다"고 했다.
"빠지가 있던 강의 수심은 대략 20~50m라 사람의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며 "특히 웨이크보드는 자신이 언제 물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는 이씨와 조씨가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했던 경기 용인시 낚시터 사진을 보고는 "뭍에서 7~8m 되는 거리에서 윤씨가 구명조끼 없이 수영해 올라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면서 "혹시 사다리 같은 것이 설치돼 있다면 올라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와 조씨의 다음 공판은 같은날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씨 등은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피고인은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3개월 후인 같은해 5월 경기 용인시의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2011년 윤씨와 교제를 시작했으며, 2017년 3월께 혼인을 한 이후에도 여러 명의 남성과 동거 및 교제하면서 윤씨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착취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또 윤씨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통제해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친구들로부터 고립시키는 등 '가스라이팅'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이씨 등은 수사검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문을 작성·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와 조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14일께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등을 사용하지 않고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은신처로 사용된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숨어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을 검거한 이후 해당 오피스텔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안방 천장 속에 숨겨 둔 휴대전화기 5대, 노트북 PC 1대, USB 메모리 1개 등을 추가로 확보하고 도피자금의 출처를 추적했다.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력자 B(32)씨와 C(31)씨는 이씨 등이 오피스텔에서 각종 불법사이트를 운영하도록 하고, 수익금 현금 1900만원을 이씨 등에게 건네줘 도피자금으로 사용하게 했다.
이들 조력자는 또 불법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이씨 등에게 건네주거나 직접 모니터와 헤드셋, 의자 등을 구입해 이씨 등이 은신한 오피스텔로 갖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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