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대규모 점포 손쉽게 진출, 골목상권 점령 '가속화'
"행정시에 위임된 대규모 점포 등록업무, 제주도지사로 넘겨야"
인구 적고 1시간 이내 도달할 수 있는 거리, 섬 전체를 하나의 상권으로 봐야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공항 1층 도착장이 가족과 친구, 연인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이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의 삶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동 장치 없이는 제주 상권이 초토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영향력 지대 '대규모 점포' 진출, 행정시장이 결정
대규모 점포의 등장이 기존 경제질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과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은 공통된 과제다.
그러나 제주신화월드 안에 자리 잡은 한 대규모 점포의 등록 개설은 신청부터 수리까지 총 51일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점은 제주와 타시도와의 큰 차별성으로 부각된다.
춘천시의 경우 지역 소상공인 협상 과정만 4개월이 소요됐다. 군산시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쳤다. 제주도는 관련 절차가 생략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자본이 의지를 가지면 '속전속결'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제주에는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대규모 점포와 관련한 개설 등록 등의 사무를 처리하는데 행정시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법인격 없는 행정시장'이 관련 사무를 담당하면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거나 대표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일례로 제11대 제주도의회는 대규모 점포 개설에 따른 상권 영향 실태조사를 요구, 양 행정시는 별도로 관련 용역에 착수했다.
결론은 허무했다. 제주시는 제주시권의 대규모 점포만 포함시켜 연구용역에 나섰고, 서귀포시 조사에서는 대형할인점 현황에 의회가 요구한 점포는 누락됐다.
손발이 맞지 않아 따로 노는 양 행정시의 연구용역에 아까운 용역비만 날아가는 '예산 낭비' 행정이 이뤄진 셈이다.
제주도상인연합회는 "지역 경제를 감안한 신뢰 행정을 해야한다"면서 "제주 도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제주도 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제주 시내권에서 영업중인 의류 브랜드가 중복 브랜드의 입점과 판매를 제한한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점포에 버젓이 입점한 사실은 자본의 골목상권 잠식 우려를 부추기는데 충분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현행법상 행정시에 위임된 사무를 제주도지사가 수행하게 해 대규모 점포 규제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선애 칠성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기부 실태조사에서 제주도는 인구가 적고, 1시간 이내에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상 섬 전체를 하나의 상권으로 봐야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이는 대규모 점포가 들어올 때 허가가 아닌 등록에 불과한 절차를 행정시에서 관할하다보면 결국 제주도 전체 상권이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며 "대규모 점포가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해당 행정구역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관련 사무를 제주도지사가 수행하는 것이 더 책임행정에 부합하는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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