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곡살인' 이은해 무기징역, 조현수 징역 30년 선고(종합2보)
"간접살인(부작위), 복어독·낚시터 살인미수 유죄"
"직접살인(작위) 아니지만, 동등한 법적 가치"
피해자 숨진 지 3년4개월만 첫 법적 결론
[인천=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04.19.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이씨와 조씨의 범행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면서도 '작위'에 의한 살인과 동등한 법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27일 오후 선고공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씨에게 무기징역, 조현수씨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 등에게 전자장치 부착 20년 등을 명령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씨가 숨진 지 1216일, 만 3년4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직접살인'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인정 유무였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형법상 '작위'는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로, 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곧 '직접살인'이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일부러 구조하지 않아 사람을 숨지게 하는 '간접살인'이 바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다.
재판부는 "다이빙 상황에 비췄을 때 피해자가 뛰어내린 이유는 이은해를 맹종하거나 이은해에게 저항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보기 어렵다"며 "다이빙 상황을 조성하고 유도한 것만으로는 바위에서 밀거나 강제로 물속에 떨어뜨린 적극적 작위 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이은해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이자 대가였던 경제적인 부분에서 갈등 상황에 놓일 때만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 것"이라면서 "이은해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당해 신체적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정상적 판단을 못 하는 것과 배치된다"고 정리했다.
예를 들어 "계곡살인 범행에 앞서 '빠지'에 대려가 웨이크보드를 타게 할 때도 피해자는 이를 거절하며 놀이기구를 타겠다고 했다"면서 "증인신문 결과 피해자는 낚시터 살인미수 사건 당시 이은해에게 '네가 나 밀었잖아'라며 행동을 지적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여러 차례 빠지 등에서 피해자가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계곡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피해자로 하여금 물속으로 뛰어내리도록 조성하고 권유 및 재촉한 것으로도 위험 발생 원인을 야기한 것이기에 피고인들에게는 피해자를 구조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실제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조 의무를 이행한 것처럼 위장행위를 했다"면서 "즉각적인 구조 조치와 피해자 구조의무를 하지 않고 방관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또 "피고인들은 살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방관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다"며 "처음부터 사망 목적과 계획 안에서 사고사를 위장한 행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죄와 동일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복어독, 낚시터 등 2번의 살인미수 혐의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복어독이 든 매운탕을 먹이려고 공모하고 역할을 분담해 실행한 것이 텔레그램 메시지에 명백히 드러난다"면서 "피고인들은 장난식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라고 주장하지만, 3시간에 걸쳐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할 수 없는 부분들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나온다"고 평가했다.
또 "장난이라면 그 자리에 동행한 지인들이 매운탕을 먹을 것을 우려할 이유가 없다"거나 "피고인들은 검찰 첫 조사 이후 도주했는데, 이 텔레그램 메시지가 새로운 증거로 확보된 것이 도주의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어 낚시터 살인미수 건에 대해선 "조현수의 전 여자친구 A씨의 증언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이라면서 "피해자가 조현수를 뒤에서 밀어 함께 저수지에 빠졌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밖에도 "A씨의 진술 중 타이어 펑크 부분과 관련해 2018년 피해자가 아반떼 차량의 펑크난 뒷바퀴를 수리한 사실도 확인됐다"며 "A씨 증언에 따라 이은해가 낚시터에서 직접 피해자를 물에 빠뜨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인천=뉴시스] 정일형 기자 = '가평 용소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왼쪽)와 공범 조현수. (사진은 인천지방검찰청 제공)
양형 이유에 대해선 "이은해는 계곡살인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사망할 때까지 살해 시도를 계속했을 것이 분명하다"면서 "보험사에 의해 생명보험금 지급이 지연되자 자신의 범행이 은폐됐다 확신해 관련 기관과 방송국에 직접 민원을 올리거나 제보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은해는 피해자의 배우자로서 법적, 도덕적 책무마저 버리고 죽음마저도 경제적 수단으로 이용했고 지인까지 끌어들여 목격자로 이용했다"며 "자신의 범행에 죄책감과 죄의식 없이 살해를 반복하며 인명 경시 태도를 보여 사회적으로 영구격리함으로써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은해가 여행, 낚시, 레저활동 등을 가장해 피해자를 데려갈 때마다 조현수가 주도적으로 여행 등을 계획했다"면서 "조현수가 없었다면 각 살인미수나 살인 범죄를 이은해가 실행할 수 없었을 정도로 조현수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는 조현수를 친한 동생으로 생각해 이은해와의 갈등, 고민을 상담하는 등 신뢰했는데도 조현수는 피해자를 속이고 조롱하며 돈을 뜯어내다 살인까지 했다"면서 "조현수에게도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이씨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이씨 등은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3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한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씨와 조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14일께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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