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지금]금융상담도 문화재 가이드도 '수어'로 통한다
신한은행, 청각장애인 위한 수어 서비스 도입
덕수궁·창덕궁 오디오가이드에 수어해설 제공
키오스크로 수어 상담…창구에선 자막·필담도
신한은행이 제공하는 창덕궁 오디오 가이드 수어해설영상 화면.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어서 오십시오. 덕수궁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황제의 궁궐. 대한제국의 황궁인 덕수궁입니다."
덕수궁 오디오 가이드의 첫 멘트다. 이 오디오 가이드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볼 수 있다. 음성뿐만 아니라 '보이는 언어'인 수어로도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수어해설영상은 문화재와 청각장애인 사이의 장벽을 허물었다. 장애로 인한 장벽이 제거된 '배리어프리'다. 덕분에 청각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덕수궁과 창덕궁, 광화문광장 등 다양한 문화재에 대한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제작하면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로 된 영상을 만들어왔다.
덕수궁 등에 설치된 오디오 가이드 안내판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수어해설영상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수어해설을 보기 위한 별도의 장치나 기기는 필요하지 않다. 해설은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홈페이지의 궁궐 지도를 보고 각 전각에 대한 해설영상을 누르면 수어해설자가 동영상으로 각 전각의 역사, 기능을 설명해준다.
신한은행은 2021년 덕수궁을 시작으로 8월에는 광화문광장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달 초 추가된 창덕궁 가이드에도 수어해설영상이 함께 제공된다.
특히 덕수궁 해설에는 신한은행의 청각장애인 일자리 사업인 카페스윗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덕수궁을 포함한 정동길의 주요 명소를 소개했다.
신한은행의 스마트 키오스크 수어 상담 서비스.(사진=신한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은행 본연의 금융 업무에 대한 장벽도 낮췄다. 신한은행은 스마트 키오스크를 활용한 수어상담 서비스를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처음이다.
수어상담에는 신한은행 177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 키오스크 184대를 활용한다. 영업점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은행 점포 영업시간 중에 수어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스마트 키오스크 수어상담 서비스를 위해 7월 고객상담센터 특화상담팀에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맞춤 교육도 실시했다.
4월부터는 '글로 보는 상담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영업점 창구에서 직원과의 상담 내용을 전용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 자막으로 전환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입모양을 살피기 어려워져 더욱 유용한 기능이다. 청각장애인과 고령자 방문이 많은 서울과 인천 지역의 15개 시·구청 영업점에 도입했다.
전용 태블릿에는 실시간 음성을 글로 바꿔주는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돼 있다. 또 필담 기능을 추가해 양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특히 '글로 보는 상담'은 청각장애가 있는 창구 직원과 고객의 미담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신한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청각장애가 있어 보청기와 함께 고객의 입모양을 살피며 상담을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말 가림막이 설치되면서 고객 상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직원은 고객들에게 '청각 장애가 있으니 죄송하지만 큰 목소리로 원하는 업무를 말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본 한 고객이 종이에 글을 써서 업무를 요청했고 이는 '글로 보는 상담 서비스' 개발로 이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에는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로 인한 고객과 직원이 불편함을 극복하고자 해당 서비스를 준비했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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