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해결된 '백 경사 피살사건'…경찰 "이정학 단독범행"(종합)
파출소 후문으로 침입 후 범행…훔친 총기 이승만에 보관부탁
총기 사용한 또 다른 계획도 제안…이승만은 범행 탄로날까 거절
이승만 사건당시 대구 본가에 있어 이번 사건과 무관 결론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백선기 경사 살인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이 열린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경찰관들이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2023.06.22. [email protected]
전북경찰청 백 경사 피살사건 전담수사팀은 강도살인 혐의로 이정학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이정학은 전주북부경찰서(현 덕진경찰서) 금암2파출소 건물 뒷쪽 담을 넘어 후문으로 침입, 백 경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 한 뒤 38구경 총기를 탈취했다. 이정학은 곧바로 파출소 후문으로 다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학은 논산을 거쳐 대전으로 국도를 타고 도주했고, 도주 중 논산에 잠시 정차한 뒤 농수로에 흉기를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훔친 총기는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공동 피고인 이승만(52)에게 보관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이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백선기 경사 살인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06.22. [email protected]
당시 총기에 있던 실탄은 지난 2004년께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실탄과 총기를 분리, 실탄을 마시던 우유갑 속에 넣어 버렸다고 이승만은 경찰에 진술했다.
이때 이정학은 이승만에 훔친 총기를 사용하는 추가범행을 제안했지만 이승만은 또 다시 총기를 사용해 범행할 경우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이 발각될 위험이 있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전담수사팀이 사건발생 이후 총기를 사용한 범행 등을 살펴봤지만 단 1건도 경찰 총기를 이용한 범행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수사과정에서 전담수사팀은 당시 사건의 목격자였던 택시기사를 상대로 최면수사를 진행 “밖에서 2~3명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전담수사팀은 이를 근거로 이승만과 이정학의 공범 여부를 의심했지만, 사건발생 당시 이승만이 대구 본가에 있었다는 당시 동선과 진술 등을 확인하면서 이승만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스크린에 보여진 백선기 경사 살인사건 관련 총기. 2023.06.22. [email protected]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21년 전 순직한 고 백선기 경위의 안타까움 죽음에 대해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백 경사 피살사건은 지난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 추석 연휴 첫날 전주 금암2파출소에서 발생했다.
백 경사는 당시 홀로 파출소 안에서 근무 중이었으며 동료 2명은 순찰을 나간 상태였다. 순찰을 마치고 복귀한 동료들은 목과 가슴 등을 흉기에 찔려 숨져 있던 백 경사를 발견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백선기 경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들어온 편지 내용 일부. 2023.06.22. [email protected]
이후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차리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2003년 1월20일 용의자 3명을 검거해 자백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경찰은 유력한 증거인 권총을 발견하지 못했고, 용의자들은 현장검증이 끝난 후 경찰의 강압과 폭력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21년이 지나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의 공동피고인 이승만이 사건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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