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보호시스템 있는 줄 알았는데…도와준 건 동료 교사들 뿐"
대전 40대 여교사 고소·악성 민원 시달려 극단적 선택
빈소 조문 행렬…현 근무학교·동료 교사들 고인 추모
학부모 악성 민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40대 여교사 빈소가 차려진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유순상 기자 = 대전지역 40대 A여교사가 아동학대 고소를 당한데 이어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족들과 동료 교사들, 근무 학교가 깊은 슬픔에 휩싸였다.
8일 A교사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남편 B씨 등 유족들은 A교사 지난 2019년 전 근무지였던 C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아동학대 혐의로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B씨는 "고소장을 살펴보니 ‘점심시간에 다른 학생을 때리는 아이를 제지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어 기막혔다"라며 "소송을 당하면 당연히 교사 보호 시스템이 있을 줄 알았지만 학교, 교육청 어느 곳도 도와주지 않았고 1년간 직접 변호사를 찾는 등 개인적으로 대응했고 도와준 건 동료 선생님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A교사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소식을 접하고 당시의 고통이 떠올라 힘들어했다고 한다.
B씨는 “아동학대가 무혐의로 나오고 학교를 옮기면서 상태가 계속 좋아졌으나 얼마 전 서울 서이초 선생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슬퍼하고 분노했었다”라며 “아내가 서울에서 열리는 교사 집회에 거의 대부분 참석한뒤 ‘바뀌는 게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A교사 현재 근무지인 D학교는 이날 학부모들에게 단축수업을 공지하고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기존 돌봄과 방과 후 학교는 정상 운영했다.
학교 정문 앞 인도는 추모 화환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고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A교사를 떠올리며 슬퍼했다.
지역교원 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추모에 동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대전 초등학교 선생님의 마지막을 마음 깊이 애도하고 계속되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교육부와 대전시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철저한 진상조사와 교사의 존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시교원단체총연합회도 "무분별한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A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언론에 알린 대전교사노조는 오는 11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이날 담화문을 발표하고 "지역에서 성심성의껏 아이들을 가르쳐 오신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라며 "앞으로 학교 변호사 제도 도입 등 교권보호 정책으로 선생님들께서 안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A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퇴근한 남편에 의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7일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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