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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난해 '로맨스스캠' 피해액 55억원…사상 최대

등록 2024.01.08 15:57:40수정 2024.01.08 2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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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111센터 접수…피해액 5년새 7배

국제적·조직적 범죄…검거·수사 쉽지 않아

전문가 "사회 경각심 및 처벌수위 높여야"

[단독]지난해 '로맨스스캠' 피해액 55억원…사상 최대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뜯는 이른바 '로맨스스캠' 피해액이 지난해 55억원에 달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원 111센터에 접수된 로맨스스캠 피해 신고 건수는 126건으로 역대 가장 많은 신고건수를 기록했다. 2019년 38건에 비해 5년새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피해액은 지난해 55억1200만원이었다. 로맨스스캠 피해액은 2019년 8억3000만원에서 2020년 3억7000만원, 2021년 31억3000만원, 2022년 39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늘다가 지난해는 5년 전 보다 7배가량 증가했다.

로맨스스캠은 SNS 프로필에 직업과 외모 등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잠재적 피해자와 대화하면서 신뢰감과 라포(친밀함)을 형성한 뒤 연인 관계인 것처럼 속여 돈을 편취하는 행태로, 피해자의 '외로운 감정'을 이용하는 대표적 범죄다.

범인은 재정적 안정성이나 신뢰감을 주는 직업인 군인이나 의사를 주로 사칭한다.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파견 중이라거나 폴란드 석유회사 또는 영국 금융감독원에 재직 중이라고 속여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 만날 수는 없다'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로맨스 스캠은 국제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정원이 방첩, 대테러, 산업보안 등 굵직한 범죄와 함께 로맨스 스캠을 수사하는 이유도 '국제범죄'여서다.

최근 발표된 '판결문을 통해 살펴본 로맨스스캠 범죄의 양태' 연구보고서(2023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로맨스 스캠으로 유죄가 내려진 1심 판결문 총 73건의 피고인은 전부 외국인이었다. 국적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출신이 다수 포함됐다.

논문의 저자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제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자들의 역할이 상당히 세분화돼 있다. 이들은 현금 인출책, 계좌 관리자, 피해금 인출 및 송금, 관리책, 계좌모집, 운전 등의 역할로 구분돼 있다"며 "이들은 점조직으로 운영돼 있어 동일한 범죄에 가담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의 신원 정보를 서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단독]지난해 '로맨스스캠' 피해액 55억원…사상 최대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로맨스 스캠 일당의 실체를 파악하거나 조직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근거지를 해외에 둬 일망타진이 어려운 보이스피싱과 비슷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은 보이스피싱과 비슷하다"며 "총책이 해외에 거주하면 검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기범에게 애정을 느끼고 속았다'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경찰서에선 로맨스스캠 사기를 당한 여성이 진정인 조사를 받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피해 사실을 알려도 로맨스 스캠은 사기죄가 적용되는 만큼, 범인이 '돈이 없다'고 주장할 경우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 사회적으로 로맨스 스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피해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가해자에 처벌수위를 상향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순간 '저것에 왜 속았지' 이러면서 상대방을 원망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비난할 때가 많다"며 "속인 사람이 잘못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처럼 구형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수사기관이 신원을 속이는 사기 범죄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신원 사기를 막지 못한 앱이나 SNS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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