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차순의 외침 "난 종철이 엄마…자랑스러운 내 아들"
박종철 기념사업회, 생전 어록·원고 공개
박정기씨, 아내 글 베껴 지갑에 항상 간직
[서울=뉴시스] 고(故)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가 박 열사 사망 뒤 1987년 부산 집회에서 한 발언의 육필 원고. (제공=이현주 박종철센터 센터장) 2024.04.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남희 박광온 기자 = 17일 별세한 고(故)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이현주 박종철센터 센터장은 이날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에게 '정차순 여사 어록'을 공개했다. 원문을 그대로 싣는다.
1987년 1월 박종철 사망 이후 정씨의 말
내 새끼 내가 낳아 키웠건만, 스물세 해 고이고이 키웠건만, 언제 온다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리 철이 어디 갔나? 열다섯 해 애써 공부시켰는데 엄마 버리고 누굴 따라갔나? 그토록 좋아하고 따르던 형님, 누나 버리고 어디 갔나? 지가 원해 간 대학 졸업도 못 하고 우리 철이 어디 갔나? 너털웃음 웃으며 재미나게 놀던 친구 버리고 누굴 따라 어디 갔나? 꿈에라도 한 번 보았으면, 전화해서 하숙비라도 한 번 달랬으면, 우리 철이 어디 갔나, 우리 철이 어디 갔나? 엄마 버리고 어디 갔나?"
위 글은 정씨가 박 열사 사망 직후 쓴 글로, 박 열사 아버지이자 남편 고 박정기씨는 글을 베껴 지갑에 항상 간직했다고 이 센터장은 전했다.
2월7일 사리암 추도회당시 사리암에서 타종을 하면서
1987년 부산집회에서 발언한 육필 원고
"한때, 우리 국민들을 슬프게 울리고, 분노에 떨게 했던, 종철이 엄마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철이는 빨갱이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순수한 애국학생으로써, 군부독재살인정권 아래 억눌려서, 가난에 시달리며 사는, 우리 민중의 해방을 위해서, 살인마들과 싸워왔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대공이라는 도살장에 끌려가서, 인간백정 경찰들에게 온갖 고문을 받고도, 놈들 앞에 머리 숙이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목숨을 구걸하지도 않았습니다. 민중운동의 승리를 위해서, 떳떳하게 죽음을 택했던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
22년간 고이 키워서, 자식만 바라보고 사는 이 에미에게 말 한마디 없이, 깜깜한 길에서 납치해서 죽여 놓고, 오히려 우리를 빨갱이 가족이라고 몰아세웁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쓰러져 있는 우리는, 세상 시끄럽게 한 아들 둔 죄로, 국민앞에 사과하라는, 협박편지와 전화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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