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공의 '사직의 문' 열어주려는 정부…강경책일까, '손절'일까

등록 2024.06.04 06:30:00수정 2024.06.04 09:14:0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복지부, 병원장 건의 및 진료역량 고려해 검토

전문가 "돌아올 사람 노려…결심하게 만들어"

일각선 "정부, 복귀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사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05.2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사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05.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그간 유지해왔던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 입장에서 물러서 이탈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사직 가능성을 높여 복귀를 촉구하려는 강경책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돌아오지 않을 전공의에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손절'의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이날 오후 의료개혁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연다. 의료개혁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브리핑은 통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열리는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 열렸는데 화요일인 이날 브리핑이 열리는 건 이례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허용 여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전공의와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내렸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를 검토 중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각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사직서 제출 후 약 4개월 간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도, 의료 관련 다른 일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은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항의했으나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당초 입장과 달리 사직 금지 명령 철회를 검토하는 이유로 정부는 병원장 요청과 비상진료체계 유지 현황을 거론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이후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전공의 사직 수리 권한이 있으면 오히려 복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의가 있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3월1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텅 빈 강의실습실 모습. 2024.03.1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3월1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텅 빈 강의실습실 모습. 2024.03.13. [email protected]

비상진료체계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는 점도 전공의 사직 수리를 검토하는 배경 중 하나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이탈) 초기에 여러 가지 국민 불편, 이런 것들이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조기에 복귀하고 또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해 왔었다"며, "그게 한 3개월 정도 더 지났고 지금은 여러 비상진료대책을 강구해서 예산도 투입하고 군의관도 투입해서 초기에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과는 약간 달라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사직서 수리 금지 철회가 실제 사직서 수리를 가능하게 해 전공의를 복귀하게 하는 강경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말은 개인적인 사직이지만 지금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건데, 정말로 사직서를 받는다고 하면 돌아올 사람은 돌아올텐데 정부는 이걸 노리는 것"이라며 "쉽게 얘기하면 갈라치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진료체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가운데 복귀할 가능성이 없는 전공의와의 대결 구도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의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전공의 복귀 여부는 이제 전공의들에게 공이 넘어가 있는 상태인데, 본인들도 결단을 할 때가 됐고 정부도 너무 연연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읽힌다"며 "정말 사직을 할 의도로 사직을 한 것인지에 대해 일종의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 실제로 사직서를 수리하게 될 경우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비인기과 중에서는 실제 이탈자가 상당수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정책위원장은 "수련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비인기과 저연차 중에서는 그냥 이탈해 버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계획이 정부에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사직서 수리 금지 철회 검토가 강경책인 것인지,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정부의 발표가 굉장히 애매하다"며 "사직을 다 받아주기도, 원칙을 철회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