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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구글 잡자"더니 "책임지고 네이버 정리?"…손마사요시의 배신

등록 2024.06.27 11:34:32수정 2024.06.27 12: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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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라인야후 日 인프라화' 요청에 "책임지고 하겠다"는 손 회장의 이중심리

"구글 함께 맞서자"며 네이버에 동맹 제안한지 3년 만에 180도 입장 선회

"AI 동맹" 이면에 숨은 韓 기술·서비스 탈취 야욕?


【도쿄=AP/뉴시스】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2019.11.06.

【도쿄=AP/뉴시스】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2019.11.06.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라인야후의 일본 인프라화)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 회장의 라인야후 지분 및 기술권 탈취 야욕이 드러나고 있다.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과 이로 인한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로 어쩔 수 없이 네이버와 서비스 운영권과 라인야후 지주사(A홀딩스) 지분을 두고 협상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네이버의 라인 플랫폼을 손쉽게 자국화하겠다는 일본 보수우익의 기조와 손 회장의 속내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불과 3년 전 “함께 구글과 맞서자"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 파격적인 동맹 제안을 할 때부터 감춰왔던 속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초인공지능 시대 열겠다"…AI 강국 꿈꾸는 日 정부-손정의 합심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는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에 손 회장이 깊숙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마이니치신문가 일본 총무성 측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3~4월 전후로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을 만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3월과 4월은 일본이 라인야후 측에 두 차례 행정지도에 나선 시기다.

이 자리에서 아마리 본부장은 손 회장에게 "방법은 그쪽(소프트뱅크)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인프라(기반시설)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이뤄지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손 회장은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경제통인 아마리 본부장은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간사장을 지낸 뒤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본에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치는 통칭 3A 구성원 중 한명이다.

사실상 일본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소프트뱅크가 합심해 지분 인수를 통한 네이버 경영권 및 기술 탈취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일본계 IT기업 고위 관계자는 “라인을 일본에서 개발하겠다는 것은 데이터 뿐만 아니라, 라인의 운영 유지보수 신규 앱 개발 등 모든 관리를 일본에서 직접 하라는 것”이라며 “손 회장과 아마리 본부장이 만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된 것은 라인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정부와 약속했으니 돌이킬 수 없으며, 빨리 협상에 응하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손 회장의 합심에는 AI 패러다임 주도권 확보라는 공통된 목표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전세계 초거대 AI 경제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은 통신기업 소프트뱅크에 투자해 국가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고성능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내년까지 1500억엔(약 1조337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이를 통해 오픈AI가 만든 챗GPT-4와 비슷한 수준의 세계 최고급 모델 제작을 추진하겠단 목표다. 최근에는 650억엔(약 5800억원)을 투자해 홋카이도에 일본 최대급 AI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또 손 회장은 지난 21일 소프트뱅크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을 10년 뒤에 실현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AI 투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네이버와 AI 동맹을 맺은 것이 일본에서 패권을 장악한 메신저 라인 강탈을 염두에 둔 손 회장의 계략이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2억명 가까운 라인의 이용 데이터를 확보하면 소프트뱅크 AI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이미 라인야후는 행정지도에 따라 라인 데이터를 일본에 이전하고 있다.

실제 손정의 회장이 먼저 네이버에 먼저 동맹을 맺자며 깜짝 제안을 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지난 2019년 11월 네이버와 손 회장과 이해진 GIO는 각각 자회사 라인·야후재팬 간 경영 통합에 합의했다. 라인과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 간 경영 통합에 관한 통합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지분 50대50으로 투자한 합작법인(현재 A홀딩스) 설립을 공식화했다.

당시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은 일본 시장에서 현지 전자상거래·페이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라이벌이었다. 두 기업이 소모전을 벌이지 말고 합심해 구글·페이스북과 맞설만한 디지털 플랫폼·AI 대항마를 갖추자는 게 손 회장의 제안이었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 진출에 목말랐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동의했다.

네이버에 손 내민 손정의…라인 강탈 빌드업이었나

그러나 이러한 동맹은 머지않아 180도 바뀌었다. 경영통합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업 효율화를 명분으로 야후재팬, 라인이 합병하더니 올해 3~4월 일본 총무성은 전년 발생한 라인 개인정보유출 사태를 빌미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개선을 두 차례나 요구했다.

마이니치의 보도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시작된 라인야후 사태에 손 회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앞으로의 라인야후 동업은 사실상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따라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주사(A홀딩스) 지분 매각 방안을 포함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빌미로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을 헐값에 사들이고 싶어하는 소프트뱅크와 만약 판다면 최대한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 네이버가 '몸값' 협상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기술권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사 협상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대균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라인플러스 핵심 기술 인력을 라인야후 본사로 배치해 중장기적으로 라인플러스를 껍데기로 만드는 방식으로 기술을 탈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어렵게 개척한 동남아 시장도 소프트뱅크가 가져가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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