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공리주의는 없다"…확 바뀐 '데블스 플랜2'
정종연 PD 자신감…내년 상반기 공개
"같은 스토리 반복 NO…다양성의 재미"
세트장 1000평·카메라 150대
제작비 20%↑…게임 개발팀도
"오겜처럼 됐으면…시즌 계속되길"
정종연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시즌1과 똑같은 스토리가 반복돼선 안 된다."
더 이상의 허무함은 없다. '데블스 플랜'은 정종연 PD와 넷플릭스의 첫 협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시즌1은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7위까지 올랐지만, '미스 캐스팅'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악마의 계획'이라는 제목에 맞게 매운 맛을 기대했는데, 과학 유튜버 궤도가 공리주의를 내세우며 연합 플레이를 펼쳐 맥 없이 끝났다. 출연진 활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정 PD도 "현타가 온다. 캐스팅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데블스 플랜은 다양한 직업군이 일주일간 합숙하며 최대 상금 5억원을 걸고 펼치는 두뇌 게임이다. 시즌2는 확 바뀐다. 시즌1보다 2명 더 늘려 총 14명이 출연한다. 이중 비연예인 참가자는 4명이며, 내년 상반기 무렵 공개할 예정이다. 녹화장은 600평에서 1000평으로 넓히고, ENG 카메라 24대를 포함해 총 150대를 투입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제작비는 시즌1보다 20% 가량 증가했다"고 귀띔했다. 데스매치도 부활, 서바이벌 게임 재미를 높일 전망이다.
지난 2일 파주 스튜디오 유지니아에서 데블스플랜2 세트장을 공개했다. 정 PD는 전날 촬영이 모두 끝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시즌2를 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작년 스토리는 나름 매력이 있었지만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번 시즌에 찍은 것도 다음 시즌에 또 나오면 안 된다. 작년은 유니크한 시즌이었다. 그렇게 안 나오려면 '어떤 시스템이 돼야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엔 다르다. 출연자 선정부터 룰 디테일까지 다른 방향이 될 수 있게 준비했다. 공리주의는 애초에 게임 목표를 다르게 잡는 것 아니냐. '서바이벌 출연자 답지 못한 마인드야'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의 다양성이다. 지나치게 잔혹한 플레이어도 있을 수 있고, 여전히 난 그런 다양성의 재미를 믿는다."
처음으로 게임 개발팀도 만들었다. "'더 지니어스' 오프라인 모임이 꽤 있는데, 그 친구들을 접촉해 팀을 꾸렸다. 일요일마다 같이 회의하고, 게임도 하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서 "그 친구들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크레디트를 올려 흥분하고 재미있어 했다.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한 절반 정도가 그 팀에서 게임 개발을 했고, 장기화의 초석을 다졌다"며 웃었다.
출연자를 선정할 때도 다양성을 가장 중요시 했다. 시즌1에선 게임 룰을 이해하지 못하는 출연자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게임 실력이 과락이면 안 된다'는 주의다. "물론 게임 능력도 중요하다. 게임, 두뇌 능력이라는 것도 되게 다양하다. 캐릭터 성격의 분포를 고려해 선정했다. 최종적으로 비연예인 참가자를 뽑으면서 빈자리를 채워 넣었다"고 짚었다.
"이번 시즌에는 게임 이해를 잘 못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룰이 엄청 복잡하고 어려워야 돼'라고 생각한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다. 늘 쉽게 만드는 게 목표지만, 게임에 내용을 담아야 하다 보니 복잡성이 따라온다. 시청자들한테 늘 죄송한 마음이다. (촬영하면서) '아, 내가 지금 되게 엄청 재미있고 특이한 위치에 있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다. 귓속말하는 걸 들을 때다. 그들은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 아니냐. 내가 굉장히 뭐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나한테는 다 들리네' 싶어서 짜릿하고 재미있다."
매번 '한국 시청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해외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부분에 좀 더 신경쓸 걸'이라는 후회가 생기더라"면서도 "프로그램 방향성이 있어서 특별히 해외를 신경쓰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이게 먹힐까?'에 관한 궁금증은 크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한국 콘텐츠다움이 있어야 해 지금껏 해왔던 대로 한다. 어쨌든 시청하는 데 불쾌감이 없게끔 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꼭 우승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온다. '우승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야망의 차이랄까. 야망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혹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는 야망의 그릇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우리가 하는 게임이 결국 '꽤나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는구나' 싶었다. '오징어 게임'처럼 되면 좋지만, 굳이 머릿속에 담고 살진 않는다. 단순하게 다음 시즌 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에서 예쁘게 봐줘서 계속 다음 시즌 나오는 게 나의 소박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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