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응급실 비상인데…의료계 '블랙리스트'에 추석 근무자 명단 공개
'추석 기념 수련병원 응급실 특별편' 신설
군의관 추정 5명 포함, 의사 100여명 피해
"복귀하고 싶더라도 낙인…수사·처벌해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있는 모습. 2024.09.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추석 연휴 응급실 등 의료기관 운영에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에 추석 연휴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이트에 따르면 가장 최근 업데이트 된 7일자 기준으로 '응급실 부역' 편이 신설됐다. 이 항목은 '민족 대명절 추석 기념 수련병원 응급실 특별편'이라고 소개돼있다.
이 사이트는 복귀한 전공의, 의대생, 촉탁의, 군의관, 공보의, 전임의 등의 명단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응급실 부역편에는 각 병원별 연휴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로 추정되는 인원 수가 기재됐다. 구체적으로 의사 이름이 공개된 것만 해도 100여명에 달한다.
특히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라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파견된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5명의 명단도 있었다.
이 사이트 앞단에는 제보 우선순위에 '응급의학과 추석 때 힘써주시는 선생님들(군의관, 공보의) 새로 생기면 급구'한다는 문구가 가장 먼저 나온다.
이 항목이 7일자 기준으로 신설된 점을 고려하면 군의관을 포함해 추석 연휴 응급실에서 근무해 명단이 공개되는 의료진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에게 '부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라며 "조직적인 폭력"이라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4일부터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15명의 군의관을 파견했으나 이들이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부터는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도 순차적으로 파견할 예정인데 앞선 사례를 보면 이들도 적시에 투입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복지부는 전날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국방부와 군의관 배치와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있으며 파견 군의관의 의사와 의료기관 필요 등을 조율해 의료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명단 공개가 복귀 또는 근무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 7월에 블랙리스트에 명단을 게시한 개원의 2명과 전임의, 전공의, 군의관 각각 1명 등 5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긴 바 있다.
남 국장은 "복귀를 하고 싶어도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는 수사를 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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