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다산콜에 "모기 물렸다" 황당…5년간 악·강성민원 8만건

120다산콜, 오늘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 개최

감정노동자 노동권익 보호,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 논의

실제 피해사례부터 분야별 보호 방안, 사회적 책임 제시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28일 서울 동대문구 120다산콜재단을 찾아 챗봇 상담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2023.09.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최근 5년간 서울시 120다산콜에 접수된 악·강성 민원이 8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120다산콜재단은 20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감정노동자의 노동권익 보호와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현재 전체 취업자 2680만명 중 감정노동자는 2020~2021년 기준 1172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단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악·강성 민원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실제 악·강성 민원 피해 현황을 토대로 법률·의료·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서강숙 120다산콜재단 민원관리부장은 공공·민간 콜센터의 민원 사례와 피해 실태 공유하고, 감정 소모와 피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발표했다. 서 부장이 공개한 '120의 악·강성 민원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120다산콜에 전화, 문자로 남겨진 악·강성 민원 응대 건수는 총 8만368건으로 집계됐다.

악·강성 민원은 2020년 1만4879건, 2021년 2만2780건, 2022년 2만4295건, 2023년 1만2779건, 올 10월 5635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2022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민원은 성희롱, 폭언·욕설·협박·모욕, 거짓신고, 장난전화 등으로 민원인이 현행법을 위반해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 대상이 되는 경우다. 강성민원은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민원 요지가 불명하거나 문의 내용과는 연관 없이 말꼬리를 잡으며 장시간 통화해 상담 효율을 방해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실제 사례를 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주택 내 모기 물림' 등 부당한 민원을 제기한 것을 비롯해 개짖는 소음, 문자 성희롱, 욕설 등 총 1147건에 달하는 민원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1시간 40분 동안 전화를 끊지 않고 불법 주정차 과태료와 관련해 '100건 이상을 신고하겠다', '100건 신고한 것 다 불러라'는 등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부장은 "악강성 민원인과 통화한 이후 감정을 회복할 시간 없이 바로 근무하게 돼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보호 조치와 안정적인 근로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덕현 국민권익위 고충민원심의관이 발표한 중앙행정기관·지자체 등 309개 공공기관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빈발한 특이민원은 '상습반복 민원을 통한 담당자 괴롭힘(48%)'이었고, '폭언·폭행(40%)', '신상공격을 위한 이른바 좌표찍기(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빈발한 특이민원은 상습·반복 제기를 통한 담당자 괴롭힘(48%)이었고 다음이 폭언·폭행(40%), 신상공격을 위한 일명 좌표찍기(6%) 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이민원 개념 정립과 발생원인, 차단근거 및 종결처리 확대, 피해공무원 보호 등 대책을 소개했다.

[서울=뉴시스]최근 5년간 서울시 120다산콜에 접수된 악·강성 민원이 8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4.11.20. [email protected]

법률·의료·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법무법인 우성 김민정 변호사는 "성적 수치심·혐오감 유발 발언의 경우 전화·문자는 통신매체로 구분돼 처벌이 가능하나 대면 상담 시에는 처벌 조항이 없어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반복적인 폭언의 경우도 동일 상담사가 아니라면 반복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고성도 상담사가 위압감을 느낄 수 있지만 욕설이 아니기 때문에 폭행죄 성립이 어려운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짚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권순찬 교수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직장문화 조성, 고객응대 매뉴얼 마련 등 회사차원의 보호·예방방안이 필요하다"며 "분노 조절 훈련, 인지행동 수정, 마음 다스리기 등 개인 차원의 관리 방법도 있다"고 제시했다.

노동일터연구소 강동 이정훈 대표는 "감정노동자 보호에 적극적인 사업장을 지지하고 취약사업장은 드러내는 '적극적 감시자', 노동자 존중에 앞장서는 '모범적 소비자', 부당한 행위는 시정을 권유하는 '엄격한 고발자', 법 개정·조례 제정에 참여하는 '활동적 참여자' 등 사회적 역할에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앞서 서울시 120다산콜재단을 중심으로 부산·인천·대구·대전·울산·경기도·충남·경남·강원 등 10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광역자치단체 콜센터협의체' 출범식도 진행됐다. 협의체는 제57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필요성이 제기돼 120다산콜재단 주관으로 출범을 준비했다.

협의체는 유연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악·강성 민원 대책 마련과 콜센터 상담직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 감정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선다.

이이재 120다산콜재단 이사장은 "120다산콜센터는 상담사를 위한 민원대응 방법과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이 담긴 매뉴얼부터 노동자 보호 종합대책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적극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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