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파전' 의협 회장 선거…어수선 의료계 이끌 적임자는?[해 넘기는 의정갈등④]
의협회장 선거 대정부 투쟁방향 가늠자
'의료공백·의학교육 정상화' 도전과제로
5명 중 4명이 강경파…투쟁 더 거세질듯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공유스페이스 포엘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여자의사회 주관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20. [email protected]
31일 의협 등에 따르면 이날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 마지노선인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내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차기 의협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 공백 해소와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의학 교육 정상화라는 도전 과제와 마주해야 한다.
내달 9~10일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이 다가오지만,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하면서 내년에 배출되는 신규 의사는 올해보다 약 3000명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의 자격시험 1차 필기시험(2월14일)도 예정돼 있지만, 같은 이유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대다수 수련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어 전문의 배출도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내년에 휴학한 의대생 3000여 명이 복귀한다 하더라도 신입생 4610명까지 포함해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500명 이상이 예과 1학년 수업을 받게 돼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협 제43대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로는 기호 순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의협 전 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후보 모두 상대적으로 '강경파'로 분류돼 향후 의협의 대정부 투쟁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후보는 경상국립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지난 2월 의협 이필수 회장과 집행부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 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의협 의대증원 저지 비대위원장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지난 3월 전공의들 집단행동을 교사한 혐의로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후 지난 7월 진료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2021년에는 '간호법' 저지를 위해 구성된 의협 간호법 저지 비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주요 공약으로는 ▲전공의 회무 참여 확대와 의대생 준회원 자격 부여 ▲사직 전공의·휴학 의대생 지원 강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 특별법) 개정 ▲수가 개선을 통한 필수의료·진료환경 정상화 ▲전공의 정책 심의기구인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 확보와 지원 강화 등을 내놓았다.
강 후보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지난 5월부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의대 교수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10년 만이다.
주요 공약으로 ▲의협의 대표성 확립 ▲의학정보원 설립 ▲의협 내 국가보건의료계획개발원(가칭) 설립 ▲수가 협상 등 의료정책 회의 생중계 ▲의료사고 보상 국가책임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주 후보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대정부 투쟁조직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대변인을 맡아 주목 받았다. 이후 금품로비 의혹으로 물러난 장동익 전 회장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제35대 의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3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중 전공의 사직 교사 혐의 등으로 의협 간부 중 처음으로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주요 공약으로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 저지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를 받도록 하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 운동 전개 및 헌법소원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 형사 기소 불가 및 국가 배상책임제 실현 ▲전국의사노조 설립을 통한 파업권과 단체교섭권 쟁취 ▲근거 없는 한방 행위 퇴출 및 한방보험 분리 등을 내걸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 모습.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탄핵안 가결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투표를 통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2024.11.13. [email protected]
이 후보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2018년부터 경기도의사회를 이끌고 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과 서울 시청 앞에서 57차례 '의료농단 규탄 집회'를 이어왔다.
주요 공약으로는 ▲경기도의사회의 전공의 지원 프로그램 전국 확대 ▲비급여⋅불필요한 교육 등 규제 철폐 ▲협회 차원 회원고충처리센터 설립 ▲의료인의 면허 취소 대상 범위가 기존 '의료법 위반'에서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된 '면허 취소법' 개정 및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수가 체계 개편 등을 내놓았다.
최 후보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의대 교수, 개원의, 국가중앙병원(국립중앙의료원)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 2월 시작된 의대 증원 사태를 계기로 난임센터장으로 근무했던 국립중앙의료원에 사표를 내고 의협에 합류했다. 의협에선 총무이사, 보험이사, 기획이사, 대변인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주요 공약으로는 ▲전공의⋅의대생 회무 참여 확대 ▲의사 수 결정 방식 법제화 ▲의협 의사결정 구조 개선 ▲전공의 노조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수탁고시 상호정산 인정(위탁·수탁 기관의 검체 보관 및 이동 등의 비용을 상호 계약에 따라 정산하는 것) 추진 등을 내걸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누가 회장이 돼도 당장 사태 해결이 쉽진 않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 조기 대선 여부 등 정치적 변수도 적지 않아 최대한 시행착오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의협회장 선거 1차 투표는 내달 2~4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실시된다. 1차 투표 결과 과반을 얻은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2위를 기록한 후보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1월7~8일 진행된다. 당선인은 8일 개표를 통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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