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고교 신입생부터 내신 5등급제…학점제와 엇박자 우려 여전
올해 신입생부터 고교 현장 격변…1등급 4→10%
전면 절대평가 전환 대신 5등급제로 "경쟁 완화"
상대평가 여전해 학점제 과목 선택권 침해 우려
내신 약해지며 수능 힘 세지고 자사·특목고 유리
추가 대입 개편 필요한데 정부 동력 상실이 변수
[서울=뉴시스]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으로 20년 만에 바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교육계에서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기묘한 공존으로 고교학점제의 '과목 선택권 보장'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해 향후 추가 개편 논의가 나올 수 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부터는 지난 2023년 12월 확정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으로 교과 성적(내신)에 석차 5등급제가 적용된다.
내신 석차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으로 바뀌는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20년만이다. 1등급은 상위 누적 4%에서 10%로 늘어난다. 성취율(총점)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A~E 5단계 절대평가 성취등급제와 함께 적히게 된다.
이 방식은 교육과정 상 ▲공통과목(주로 1학년) ▲일반선택(2~3학년, 공통과목과 함께 수능 출제 범위) ▲진로선택(2~3학년 심화) ▲융합선택 등 대부분 보통교과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주요 교과의 과목에 적용된다.
다만 사회·과학 중 융합선택 9개 과목은 국가교육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석차 없이 절대평가만 하기로 결정됐다.
고교 성적표에는 성취도, 등급, 학점 외에 ▲원점수/과목평균 ▲성취도/분포비율 ▲수강자수 등이 적힌다. 대입 전형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육부는 한 해 앞서 확정된 고교학점제 기반의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절대평가를 대폭 확대하려 했으나 이를 뒤집고 상대평가를 유지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2023년 12월27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내신 상대평가의 경우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고 수능은 상대평가 영역인 국어·수학·탐구에서 선택과목이 폐지된다. 개편안은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이 첫 적용 대상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따라서 최상위 4%에 들기 위해 경쟁하는 체제를 유지하기보다 성취평가(A~E)와의 체계를 맞추면서 내신 경쟁 부담을 완화하는 5등급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종전 9등급제 체제에서는 상위 누적 11%까지가 2등급이었다.
다만 당장 모든 교과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국제·외국어고가 폐지되지 않으면서 내신 경쟁 부담을 없애면 이들 학교가 대입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교 내신(교과 성적)은 지금도 대입에서 주로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당락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한다. 서울대(지역균형 40%, 일반전형 20%), 일부 의과대학은 정시에서도 수능 성적과 내신 성적을 함께 전형 자료로 쓴다.
고교 성적이 부진하면 수능 위주인 대입 정시에 집중하기 위해 학생들이 자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이 방식으로도 우려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내신 부담이 완화된 것은 사실인 만큼 우수한 학생들을 가려 뽑을 수 있는 자사·특목고가 유리해질 것은 분명하다. 절대평가 하에서 지난 2022년 자사고의 A등급 비율이 33%, 외국어고는 48%로 일반고(22%)보다 높았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조사도 있다.
또한 수능은 그대로 9등급 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변별력 차원에서 내신보다 수능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023년 12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 발표를 마친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이주호 부총리는 2028 입시부터 국어·수학·사회·과학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수능, 내신 5등급 체제 확정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DB). 2025.01.03. [email protected]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여전히 전과목 절대평가를 주장한다. 경쟁이 있는 한 고교학점제 파행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대입 개편안 확정 당시 '절묘한 균형'이 아닌 다음 개편을 위한 '징검다리'라는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당초 교육부는 논·서술형 대입 제도 역시도 저울질했고, 앞으로 있을 대입 개편을 대비해 일반고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활성화 되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확정 발표할 당시 향후 고교 내신에서도 지식 암기 위주 5지선다형 평가를 가급적 지양하고 사고력, 문제 해결력을 다루는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의 발달 특성 및 과목의 성격 등을 고려해 지필평가는 '서·논술형 문항만으로도 평가할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학생부 관련 지침에 넣었다"며 "학교가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어떻게 더 해줘야 하는가에 대해 지금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역시도 논·서술형으로 전환될지가 교육계 관심이다.
[서울=뉴시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비치된 입시 전략 도서 모습. (사진=뉴시스DB). 2025.01.03. [email protected]
다만 수능 개편은 '경쟁의 룰', 즉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여론이 부담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정 동력을 잃은 현 정부가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입 개편은 국가교육위원회가 '2026~2035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논의 중지만 내부 위원들의 정파 성향에 따른 갈등이 표출되는 등 진통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라 수능 개편은 첫 시험을 치를 수험생들의 대학 입학 4년 전에 확정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는 2027년 2월 개편안을 확정하는 '2031학년도 대입 개편' 추진 가능성에 관심이 모였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바뀐 대입 제도를 대학들이 어떻게 입시에 적용할지도 관심이다. 사전예고제에 따라 2028학년도 대입 기본사항은 올해 8월 말, 시행계획은 내년 4월 말까지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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