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 임명 전에 내정 보고받았다"
검찰 공소장 "청 회의서 내정, 조현옥 당시 인사수석이 보고"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2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검찰청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경위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장내를 빠져나오고 있다. 2024.02.02.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상직 전 국회의원을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하기로 한 사실을 조현옥 전 인사수석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사전 내정한 사실을 문 전 대통령이 전달받고, 이후 법률에 명시된 임명 절차까지 회피·은폐하며 이 전 의원을 이사장으로 앉힌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인사수석은 대통령비서실이 내정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실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간부들을 통해 이 전 의원에게 직무수행계획서 제공과 임원추천위원장에게 내정자를 알려주는 등 인사권을 남용한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2일 조 전 인사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조 전 인사수석은 재직 기간 중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 간사를 담당하는 등 정부 부처 공무원 및 산하 공공기관의 임원을 임면하는 등의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임명된 중진공 역시 조 전 인사수석의 인사업무 권한 아래 있다.
검찰은 중진공 역시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인만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적법한 심사와 절차에 따라 이사장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내정됐고, 이후의 이사장 선발·임명 절차는 모두 법률을 어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 2017년 12월13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 간담회' 자리에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사전 내정됐다고도 봤다.
이 간담회가 끝난 뒤, 조 전 인사수석은 12월16일부터 18일 사이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결정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비슷한 시기 조 전 인사수석은 이 전 의원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하며 이사장 공모절차에 참여하라고 안내했고, 인사비서관실 간부 등을 통해 중기부에도 이를 알렸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10.04. [email protected]
이를 전달받은 중기부 간부들은 회의를 통해 "중기부에서 직접 이 전 의원을 지원하는건 위험할 수 있으니, 중진공을 통해 자료를 전달하고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지시는 중진공 운영지원과와 인재경영실 등으로 순차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중진공 인재경영실장은 지난 2018년 1월10일 이스타항공 전무로부터도 지원서 제출을 위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받아 이스타항공 측에 전임 이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이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12월24일 중기부 정책기획관으로부터 내부 문서인 '중진공 업무개혁관련 의견' 파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원서를 작성한 이 전 의원은 서류심사를 거쳐 최종 4인에 포함됐다. 면접심사 과정에서도 인재경영실장은 중진공 임원추천위원장과 위원들에게 내정 사실을 알리며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주라고 언급했다. 면접심사까지 거친 이 전 의원은 최종 추천 후보자 3인에 선발됐다.
조 전 인사수석은 이 같은 사실을 중진공, 중기부, 인사비서관실 등을 통해 계속해서 보고받았으며, 최종 3인의 후보자가 선발된 뒤에도 통상의 절차를 어긴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통상적 절차의 경우 3명의 후보자를 전원 인사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조 전 인사수석은 중기부와 중진공에 후보자 인사검증 기초자료를 보내라고 지시했고, 이후 인사검증을 맡는 공직기관비서관실에 오직 이 전 의원에 대한 인사검증만 요청한 뒤 그 결과를 받아봤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이스타항공 자금 배임·횡령으로 전주교도소에 수감됐었던 이상직 전 의원이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교도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장내를 빠져나오고 있다. 2022.06.30. [email protected]
이후에는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이 전 의원을 최종 이사장으로 확정한 뒤 이 결과를 중기부·중진공에 통보했다. 이후 중진공 인재경영실장은 홍종학 전 중기부장관에게 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고, 홍 전 장관은 이 전 의원의 임명을 제청하면서 최종적으로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2월28일 이 전 의원을 이사장에 임명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17년 청와대 비공대 회의에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사전 내정됐고, 조 전 인사수석이 이를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 산하 공무원에게 전달했다고 최종 결론냈다.
이후 조 전 인사수석은 이 전 의원이 임명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라고 지시, 이를 통해 서류 작성 지원, 면접 고득점, 선별적 인사검증 등이 이뤄지며 형식적 이사장 임명 절차는 유지하면서 이 전 의원이 임명될 수 밖에 없는 사전 내정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당시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 간담회에 있었다고 알려진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은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중진공 이사장 자리는 대통령 임명직의 다른 자리와 별개의 절차를 밟은 적이 없다"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정에서 통상적인 청와대의 인사절차와 관계에 따라 진행됐다"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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