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차량 통행 허용 한달…"사고 우려" vs "상권 회복"[현장]
올해 1월1일부터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
31일 찾은 연세로…보행자·상인 입장 갈려
"보행자 우선돼야…주차장 등 근본책 필요"
도로 폭 좁은 탓에 횡단보도 실효성 지적도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한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연세로는 올해 1월부터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해제된 바 있다. 2025.01.31. victor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31/NISI20250131_0001760669_web.jpg?rnd=20250131163818)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한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연세로는 올해 1월부터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해제된 바 있다. 2025.01.31. victor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이제 차가 다닐 수 있게 됐으니 아무래도 좋죠. 그전에 버스만 다닐 땐 길이 삭막하고, 빙 돌아가야 하고, 그래서 신촌 상권이 이렇게 죽어버렸어요. 날이 풀리면 더 효과가 나겠죠."(연세로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모씨)
"연세로에 차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근처 골목도 통행량이 늘었어요. 안전 우려도 되고 번화가다 보니 밤에 특히 위험하죠. 신호체계도 복잡해지고 개선이 필요해 보여요."(연세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
올해부터 차량 통행이 허용된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지난 31일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 한 달을 맞아 찾은 연세로 거리에는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했다.
연세로는 신촌역이 있는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 앞 연세대삼거리까지 약 550m 구간을 가리킨다. 당초 왕복 4차로였지만 교통 체증이 심해 지난 2014년 1월 서울시에서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했다. 차도를 왕복 2차로로 줄이고 인도 폭을 넓혀 버스만 통행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인근 상인들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다. 차량 통행이 줄어 상권이 침체됐다는 이유다.
서대문구는 지난 2023년 1~9월 전용지구 지정을 임시 해제했다. 시범운영 기간 상권 매출이 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울시에 전용지구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1월1일부터 연세로의 차량 통행을 허용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 이후 11년 만의 일이었다.
31일 오후 찾은 연세로는 버스 외에도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승용차와 택시, 트럭들이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었다. 버스 15대가 지나가는 10여분 간 일반 차량 51대가 연세로를 오갔다. 차량 통행이 확연히 증가한 셈이다.
연세로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차량 통행으로 인한 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30년 넘게 포장마차를 운영했다는 박모(75)씨는 "차량 통행은 우리 상인들이 원했던 것"이라며 "차량이 못 들어오니까 손님들이 거리에 들어오기가 힘들고 매출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를 취급하는 부동산에서 근무하는 서모(50)씨도 "차량이 잠깐이라도 멈출 수가 없으니 손님들도 상인들도 불편이 컸다"며 "이젠 차량이 골목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으니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연세로를 오가는 보행자들은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 소식을 반기지 않았다.
휴학 중이라는 연세대 4학년 장모(24)씨는 "버스만 다닐 때보다 아무래도 교통사고 우려가 더 커졌다"며 "인근 골목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데다 인도와 차도 구역이 나눠지지 않아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인근 세브란스병원 진료를 위해 매달 이곳을 찾는다는 편모(23)씨도 "병원에 올 때마다 식사를 위해 연세로를 찾는데 차량 통행이 확실히 늘었다"며 "안전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편도 1차로의 특성상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는 동안 차량 3~4대 정도의 정체가 생기기도 했다. 버스가 멈춰있는 동안 뒤따르던 차들은 여유 차선이 없어 추월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혼잡은 아니었지만,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들로 인해 아찔한 상황도 자주 연출됐다. 버스정류장이나 벤치로 인해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에선 1분에 1~2명씩은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보행자들 사이에서는 차도 폭이 좁은 곳에 있는 보행자 신호등이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창천교회 앞 왕복 2차로 교차로는 방향별로 15~20초마다 신호가 바뀌는데 이 시간이 너무 짧아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날도 교차로에서는 차량 신호라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중년 여성이 길을 건너려다 차량 경적에 놀라 뒷걸음치거나, 착각한 운전자가 보행자 신호에 맞춰 건너는 행인들에게 경적을 울리고 교차로를 지나가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신촌에 거주했다는 김준기(21)씨는 "신호가 너무 짧아서 오히려 무단횡단을 더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량과 보행자가 너무 많아 신호체계를 손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차도 폭이 일정 규모가 돼서 무단횡단에 따른 위험성이 클 때 신호도 지키고 신호등이 유용한 것"이라며 "이런 경우 보행자가 아무 데서나 자유롭게 횡단할 수 있도록 하는 보행자 우선 도로가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단순히 통과하는 차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변 상가들의 매출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며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상권 회복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ctor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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