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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라는 이름의 재소자 폭력"…45년만 진실규명[교도소 삼청①]

등록 2025.03.18 19: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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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교도소에서 시행

"개과천선의 기회 부여…비리적 의식구조 순화"

진실화해위 "재소자도 인간, 중대한 인권침해"

[서울=뉴시스] 제2기 순화교육대(미결) PT체조 (사진 출처=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대전교도소사, 1980. 10. 21.)

[서울=뉴시스] 제2기 순화교육대(미결) PT체조 (사진 출처=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대전교도소사, 1980. 10. 21.)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1980년 교도소 재소자들을 상대로 의문의 특별순화교육이 시행됐다. '순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 폭력의 시작이었다.

교정 예규에 담긴 순화교육 지침에 따르면, 이 교육은 "강력한 집체 훈련을 실시해 개과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가치관 함양으로 비리적 의식구조를 순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또 "범죄인의 불건전한 정신을 개혁순화해 명랑하고 정의로운 사회구현에 기여"하고 "새시대의 새사람이 되는 가치관 함양으로 비리적 의식구조를 순화"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원동규씨 등 30명은 이 순화교육 과정에서 교관들로부터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요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18일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도소가 7개 범죄 유형별로 중대를 편성해 재소자들을 나눴고, 이들로 하여금 PT체조·유격훈련 등 군사훈련을 받게 하거나 몽둥이로 구타를 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인 교육 세부 계획안을 보면 특수훈련에는 팔굽혀펴기, 다리 굽혀펴기, 오리걸음 등이, 인내훈련에는 모래가마니 운반 및 들어올리기 등이 포함돼 있어 다수의 가혹행위가 이뤄질 수 있었음을 파악했다.

각 교도소에서는 하루에 7~8시간 이같은 교육을 실시했으며, 훈련 기간 내 '순화'되지 않는 재소자에 대해서는 4주 이상 이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러한 특별순화교육은 1980년 9월22일부터 1987년까지 약 7년간 이어졌다.

한 교도소는 교도소사에서 이같은 교육 과정에 대해 "수용자에게 갱생의지를 심어주고, 수용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국가폭력의 대표적 사례인 '삼청교육대' 순화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80년부터 45년이 지난 오늘, 교도소 내에서 순화교육이란 이름으로 수용자들의 헌법상 보장된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기본권과 신체의 자유가 침해받았다는 결론을 내놨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날 101차 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진실규명하고 "재소자라 해도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신체의 안전성을 심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중대한 인권침해라 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신청인들도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권리 등 핵심적인 기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는 피해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도소는 전두환 신군부가 불량배 소탕을 목적으로 설치한 삼청교육대를 모범 사례로 삼았다. 삼청교육대는 순화교육 과정에서 육체 훈련과 구타 등 다수의 인권유린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피해자 중에는 무고한 시민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다만 당시 국가는 삼청교육대에 대해 "순화교육의 효과가 현저하다"고 평가하며 교도소에서도 이를 시행하고자 했다. 목적은 재소자의 개과천선이었다. 대한민국 교정사에 따르면, 성과는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대한민국 교정사는 특별순화교육에 대해 "재소자의 범죄 심성을 순화하고 규율 생활에 적응하도록 하는 한편 출소 후 재범 방지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군부대 순화교육을 옮겨온 만큼 특별순화교육은 마치 군대처럼 편성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국가는 각 교도소에서 교도관 240명을 선발해 순화교육 실시 직전인 1980년 9월14일부터 1980년 9월20일까지 순화교육 교관요원 위탁 교육을 실시했다. 복장은 기동복과 붉은색 모자를 착용했다.

직급도 체계적으로 나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대전교도소사'에 따르면, 교육책임관(소장), 교육대장(보안과장), 대대장(교감·교위), 중대장(교사), 지도교사(교도) 등으로 조직을 구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각 교도소사를 살펴보면, 대전교도소는 202명에 대한 입대식을 시작으로 이를 지속 시행했으며, 전주교도소는 1983년부터 1985년 사이 3890명에 대해, 목포교도소는 1982년 한해 사이 최소 2397명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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